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쥬디 Jul 22. 2024

네가 왜 토마토 옆에서 나와

콩 심은 데 콩이 안나네



2024년 7월 여름

10년 차 주부지만 아직도 요린이인 나.

저녁 준비 하느라 뇌가 딱딱해져 있던 그때,


“꺄악! 엄마! 이게 뭐야?" 여리가 소리쳤다.

“왜” 한 템포 늦게 대답했다.

“이리 와봐. 빨리!" 다급한 목소리였다.


평소 여리에게서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를 듣기란 드문 일이지만, 거실 끝 창가 앞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보며 소리를 지치는걸 이미 보았기에 나는 단순히 개미를 본 것이라 생각했다.  


“대체 뭔데 그래. “ 난 털레털레 다가갔다.

"꺄아아아악! 헉! 이게 뭐야?"

난 아이보다 더 크게 괴성을 질렀다.

그것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누가 장난을 쳤나?

그러기엔 이건 너무 장난이 아닌 것처럼 생겼는데.'


하얗고 작은 기둥에 하얀 모자를 쓴 그것은 바로

버섯이었다.

응? 버섯...? mushroom?

아니 버섯이라고?

버섯 네가 왜 여기에 나와.


생각하니 소름 돋고 징그러웠지만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사실 그 버섯(작고 둥근 하얀 기둥에 하얀 모자를 쓴)은 전혀 무섭거나 징그럽게 생기지 않았다.

다만 심장부터 팔과 손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느낌에 두 주먹을 꾹 쥔 이유는 심지도 않은 버섯이 어떻게 우리 집에 자라고 있는가 하는 사실이다.


"엄마 빨리 치워줘." 여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도 무서웠다.

"괜찮아 그냥 놔둬. 이참에 버섯도 키워볼까?"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안돼! 당장 뽑아줘"

"그래 알겠어. 괜찮아 걱정 마. 엄마가 뽑아줄게."

나는 용기를 내어 그동안 가지를 잘라주던 가위로 가뿐히 버섯을 뽑아주었다.

그리고 속으로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며 아주 뿌듯했고, 여리는 나를 보며 웃었다:)


우리집 방토 삼형제


듬뿍이


올해 만 8살 첫째 여리는 탄생부터 아니 뱃속부터 말수가 적고 얌전했다. 태동도 거의 없었는데 막달즈음 뭔가 느낌이 이상했던 나는 급하게 병원에 가서 아기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여 태동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듬뿍이(태명)는 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뱃속에서 주로 자고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는 옹알이도 잘하지 않았고, 하루종일 너무 가만히 있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혹시 어디가 아픈가, 장애가 있나 걱정했던 날들이 생각난다.


나의 추측은 감사하게도 틀렸고, 여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다. 그저 소심한 성격에 저혈압 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 늘 듣는 말이 ‘졸린가 보네. 피곤한가 보네’라는 말이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아니라고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몇 달 전 친척집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여리에게 에너지 만랩 큰 조카 행복이가 “여리야! 여기서 자면 안 돼!"라며 몸을 흔들었다 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 동생은 빵 터졌다.

여리가 눈을 뜨고 자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앉아서 자는 일은 없다. 전혀 졸린 것도 아니었다.


아기땐 뒤집기를 시작하려 하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포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다.

내가 배운 육아법상으론 아기가 뒤집기를 할 때에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하면 도와주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에, 옆에서 지켜보며 이 소중한 순간을 영상으로 닮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포기하는 아이를 보며 순간 ‘나를 닮은 건가?' 하며 웃었지만 슬펐다.

세상 그렇게 귀찮아하는 아기가 있다니.


그런 첫째를 위해 이 엄마라는 사람은 용기 있고 도전하며 늘 끈기 있는 척을 보여주려고 자주 연기를 한다.

얼마 전 용감하게 방울토마토 옆 난생처음 본 그 ’ 미운 오리 버섯 새끼‘를 처리한 며칠 뒤.

와당와당 비가 내리던 아침 두 아이를 등원시킨 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 대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아 고요하고 평온한 오전시간, 지금이 이순간이 바로 천국이라 생각하며 막 소파에 누우려 등을 반쯤 기울이던 찰나였다. 나는 또다시 경악했다.


으악!!!!


너무 징그러워 속이 안 좋았다.

이번엔 엄청나게 큰 버섯이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버섯도 많이 생겼다.

평소 버섯 요리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버섯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니.

인터넷에 '방울토마토 버섯'이라고 검색을 해봤다.

놀라웠다.

방울토마토에 버섯이 자란다는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았다. ai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었지만 저 버섯이 우리 집에서만 일어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다들 해결방법은 없다며 결국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한다. 아 우리 방토는 이미 분갈이를 해준 건데 어쩌지. 일단 다 뽑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 급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거 쉽게 끝나지 않겠는걸..‘


방울토마토 버섯 처참한 결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