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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Oct 13. 2024

좋은 글이란.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생각해 본다.

상을 받으면, 베스트셀러이면 좋은 글이고 좋은 책인가. 베스트셀러의 책들 중 호불호가 갈리는 책도 있다. 호불호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SNS에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읽다가 포기했다고, 왜 베스트셀러인지 모르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댓글에 너도나도 동감이라는 내용들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독서모임에서 그 책을 읽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읽기 시작했다. 나는 초반부터 오열을 했다. 형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작가는 정말 심리묘사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픈 가족이 있을 때 세상은 마치 둘로 나뉜 듯 느껴진다. 병원에 있다 보면 현실감각이 떨어지기도 한다. 나도 주인공과 같은 경험이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한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형을 보내고 나서 세상을 떠나 미술관으로 숨어버린 주인공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내가 그렇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내가 경험한 것이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20대에 나는 여동생과 '빨래'라는 뮤지컬을 본 적 이 있다. 지금도 하는 것 같다.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로 상경한 등장인물들 각자의 인생살이다. 삶의 희로애락이라고 해야 할까. 빨래를 하면서 하소연도 하고 하루의 힘듦도 씻어내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빨래'라는 뮤지컬을 보고 나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때까지 나는 이렇다 할 어려운 일을 겪어보지 않았다. 인생에 고난이 없었다. 여동생은 달랐다. 내 옆에서 울었다. 뮤지컬을 보며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았다. 나와는 달리 동생은 살면서 이유 없는 고생, 사서 하는 고생도 많이 하고, 이래저래 어려움이 나보다는 많았다. 당시 조연출이었던가. 그래서 아마 더 힘든 인생살이가 공감이 되었나 보다. 조연출부터 시작해서 정말 갖은 고생은 다 해서 나중에 프로덕션 피디가 되었다. 피디가 돼서도 개고생을 했다. 인생의 쓴맛을 알고 있었다.

요즘도 뮤지컬 '빨래'가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후기를 본 적이 있다. 만약 내가 지금 그 뮤지컬을 다시 본다면 나도 좋은 뮤지컬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다시 보지는 않았다.


책도 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글을 읽는 사람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좋은 글 아니겠는가. 글을 읽고 마음이 치유가 되고 삶의 작은 변화가 생긴다면 그 책은 나에게 좋은 책이 아니겠는가.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가 쓴 책 중에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있다. 경기도 교육청에선 청소년 유해도서로 권고해 폐기한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갑자기 재배치 요구가 나온다고 한다. 코미디인가. 이 책은 번역되어 영국의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았다. 그리고 한강 작가는 2024년 10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 책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인간의 본성이나 선악에 대한 표현은 자유이다. 상을 받은 영화가 다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현은 자유지만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 역사적인 순간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글을 영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상을 못 받는다고 했었다. 한국인의 한도 표현이 안된다 했었는데 참 신기한 세상이다. 앞으로 더 좋은 글과 좋은 작가들이 넘치길 바란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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