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by 글빛아름

"오 저기 있다. 여울아, 역시 아빠는 주차운이 좋아."


평소 신랑이 자주 하는 말이다. 꽉 찬 주차장에서 한참을 돌다가 빈자리를 발견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의문이 생긴다. 정말 운이 좋은 것인가. 저 정도는 대한민국 운전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일 것 같은데 흠.

신랑은 평소에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주차할 때에만 저런 긍정의 마인드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들으면 기분이 좋으니 주차운이 좋은 걸로 한다.



동네 마트에서 매년 진행하는 이벤트가 있다. 2만 원 이상 물건을 구매하면 응모권을 주는데, 1등 상품으로 경차를 주기도 한다. 종이를 받으면 이름, 전화번호를 적어 응모함에 넣고 당첨 발표날을 기다린다. 나는 바로 적어서 넣지 않고 모아서 한꺼번에 넣는다. 이유는 몇 년 전에 쌀 10킬로에 당첨된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응모권을 바로 못 적어서 모아두었다 한 번에 넣은 것이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운이 좋았던 걸까. 물건을 많이 샀던 걸까. 아참 얼마 전 모아둔 응모권을 제출 못했는데 어느새 발표날이 지나가버렸다. 윽.



코로나 전에는 당첨 발표하는 날 직접 상자에서 뽑아서 불러주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날이었다. 온 동네 주민들이 마트 앞으로 몰려들었다. 마트에선 모인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도로가 막히고 결국 경찰까지 와서 정리를 해야만 했다. 남동생에게 들은 소문에 의하면 당시 1등 자동차에 당첨된 분이 식당을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마트에서 그만큼 구매를 많이 하였기에 많은 응모권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분은 운이 좋은 건가.



나는 운이 좋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산모교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검색해서 나오는 모든 산모교실에 신청했고, 엄청나게 많이 다녔다. 산모교실에 가면 좋은 강의도 듣고, 지겨운 보험설명을 들어야 하기도 한다. 가장 심장 뛰는 시간은 행운권 추첨의 순간이다. 나는 1등이 몇 번 되어서 휴대용 유모차, 카시트, 젖병소독기 등의 육아용품을 받은 적이 있다. 여동생은 나에게 그렇게 많은 산모교실을 가는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 나는 과연 운이 좋은 사람인가.



운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성경에 열 명의 처녀 이야기가 나온다. 기름을 준비한 다섯 처녀와 준비하지 못한 다섯 처녀가 있다. 열명은 같이 밤새 신랑을 기다린다. 기름을 준비하지 못하고 등만 가진 다섯 처녀가 기름을 준비한 처녀들에게 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그녀들은 결국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 잔치에 들어간 다섯 처녀는 과연 운이 좋은 것인가.



작년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에 참여 중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 글쓰기 수업에 4명을 추가모집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쓰기를 해본 적이 없지만 호기심에 신청하였다. 수업을 갔는데 당황스럽게도 생각지도 못한 자서전 에세이 쓰기였다. 모집요강을 제대로 읽지 않고 신청한 내 잘못이었다.



글쓰기 수업 강사님은 최리나 작가님이었다. 이건 진짜 행운이었다. 내 인생을 바꿀만한 행운.

수업을 들은 멤버들도 좋았고 그들의 글도 좋았다. 분위기도 늘 따듯해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마음에 무언가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열심히 들었지만 나는(아니 어쩌면 나만)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 결국 글은 내가 써내야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써보는 에세이는 어려웠지만 내 안에 있는 상처를 씻어주고 따듯함으로 채워주었다. 포기가 빠르고 끈기도 없는 나였지만 끝까지 써서 내 글이 들어간 문집이 탄생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반년만에 나는 공저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곧 책이 나올 예정이다. 수많은 걱정과 고민 끝에 올해에는 단독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사실 믿기지 않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나는 과연 운이 좋은 사람인가.


앞으로 얼마나 운이 좋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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