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는 못 만들어요.
시장에서 자주 가는 두부가게가 있다. 직접 만든 두부도 맛있지만, 나는 거기서 파는 유기농콩나물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없는 콩나물대가리(머리)에 껍질이 잔뜩 달려있다. 씻을 때에는 좀 귀찮지만 뭔가 더 맛있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두부랑 유기농콩나물 주세요."
주문을 하고 기다리던 중에 먼저 오신 아줌마가 찹쌀만두피를 사는 걸 보았다. 나도 호기심에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찹쌀 만두피 맛있어요?"
"그럼요. 맛있죠. 찹쌀이라 정말 맛나요."
"그럼 만두피도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만두피를 샀으니 만두를 만들 것이라 예상했다면 틀렸다. 나는 태어나 만두를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 만두는 비비고가 최고 아닌가. 예전부터 만두피로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 만두피로 나는 피자를 만들 것이다. 처음 만들어보는 '만두피 피자'이지만 아이들과 같이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냥 거의 소꿉놀이라고 봐야 하는데, 큰 마음을 먹고 모든 걸 내려놔야 화를 내지 않는다. 열심히 해도 먹을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그러다 보면 나는 점점 배가 고프고, 뒷정리를 할 때쯤엔 항상 '내가 다시는 이런 거 안 한다'라고 생각한다.
"자 만두피로 피자 만들자."
"우와! 야호!! 신난다. 엄마 그럼 만두피자야?"
신난 아이들이 소리치며 달려온다. 서로 하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차분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손 씻고 와서 앉으세요."
재료는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한다. 예전에 또띠아 위에 치즈에 방울토마토만 넣어도 맛있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준비했다. 만두피 피자 재료는 만두피, 치즈,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삼겹살이다. 내가 베이컨을 싫어해서 삼겹살을 준비했는데 잘 되려는지 모르겠다. 뭐 어떻게 해도 맛있겠지. 나의 요리 철학이라고 해야 하나, 나의 요리관이 있다. '그냥 많이 넣으면 맛있다'는 것이다.
먼저 파프리카와 삼겹살을 구웠다. 귀찮은 걸 싫어해서 이렇게 두 번 손이 가는 건 싫어하는데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다. 역시나 이때 이후로는 귀찮아서 안 한다.
이제 만두피 위에 구운 삼겹살과 파프리카, 그리고 치즈를 듬뿍 올리고 방울토마토를 올린다. 이 작업을 아이들과 같이 했는데 직접 요리는 하니 좋아하고 뿌듯해했다. 이제 완성된 예비 만두피피자를 에어프라이어 오븐에 넣고 구워준다. 시간은 잘 몰라 유리문으로 살펴보고 꺼냈다. 너무 오래 하니 만두피 끝 부분이 딱딱해지기도 했다.
첫 번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역시 고기가 많으니 뭐 무조건 맛있었다. 아이들도 맛있다며 더 만들어 먹었다. 사진을 찍어 아이친구 엄마들에게도 자랑을 했다. 한 엄마가 만두피로 수제비를 만들어도 맛있다고 해서 다음날은 만두피 수제비를 만들었다.
와 만두피로 만든 수제비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첫째 아이도 쫄깃하고 맛있다며 잘 먹었다. 만두피 수제비는 정말 신세계였다. 피자보다 수제비를 해 먹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앞으로 만두피로는 수제비다.
만두피로 만두는 못 만들지만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서 좋다. 다음엔 무얼 만들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