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인연
시작은 그랬지요
아
시작이라고 하면
말하려는 끝이
어제보다 빨리 다가올까 봐
오늘이 좋다 했지요
머리카락 하나의 자국이
또 다른 시작이었나 봐요
살이 베이고 열려
얼음처럼 뜨겁고
사랑엔 두려움이 없다고 했지요
글과 삶의 틈
닮지 않은 기도에
오랫동안 쓰지 못해
종이 위를 떠다녔지요
시작을 준 당신이니
그 기억만 눈을 감아요
말하지 않는 내가
듣지 않는 당신에게
귀를 선물하고 싶은데
우리의 실은 방금 끊겼지요
솔직히라는 말은 가득 차지 않아
열 수 없는
쓸 수 없는
모자 아래 까만 눈동자는 말해요
오늘 밤 만나기로 했지요
연극을 잘 마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