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면 더티

by 글빛아름


포장되지 않는 흙길이면

다 왔다

남선면 더티

엄마가 살던 곳


산으로 둘러싼 외갓집 뒤편

외양간엔 누렁소가 어슬렁

풀밭엔 까맣고 하얀 젖소가 날 쳐다봐

간식도 전화도 사람도 없고

공기 하늘 별 가득한

작은 산골


집 뒤에 열리는 홍시는

어째 땅에 떨어진 것이 더 많은지

집 밖에 덩그러니

변기 없는 화장실 가기 무서워

먹지 않으려 해도

내 앞에 놓인 고봉밥에

짜고 쓴 나물반찬


작은 얼굴에 작은 키

쪽진 머리를 가지런히 묶은 그녀는

엄마의 엄마

왜 그녀가 말을 못 한다 생각했을까

나만 못 알아듣는 외계어

따라 하고 싶어

입 밖으로 뱉어본 사투리


할미가 불을 냈다고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그 후

희미한 기억 속 그녀


전화를 받은 엄마는 말없이 짐을 챙겼다

차를 타고 네 시간쯤 간 곳은

남선면 더티

그 밤을 지나 새벽 공기는

차갑고 졸렸고

엄마는 울었다


그래

엄마도 엄마가 있었지

나도


엄마가 있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눈물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