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했단다.
육퇴를 기다리는
저녁시간
“엄마! 쉬 마려워~~~~~~”
거실에서 울며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들어도 2호다.
“으아~~~ 악~~~~”
놀란 1호가 토끼눈이 되어 나에게 달려온다.
아, 또구나.
보지 않아도 이미 눈에 그려진다.
방에 있던 나는 거실로 달려가며 그 짧은 순간에 2호를 혼낼지 달랠지 고민했다. 아직 기저귀를 뗀 지 얼마 안 되었기에 그동안은 먼저 괜찮다며 달래곤 했었다.
저 짧은 다리 사이로 흐르는 오줌이 순식간에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는 광경을 보는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와 울고 있는 33개월 아기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상처 주는 말을 해버렸다.
“하 정말!! 왜 그래 진짜!! 아 정말 싫어!! “
2호는 더 크게 운다.
1호 에게 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하여 바닥을 닦고 화장실로 씻으러 갔다.
2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다시 신이 나서 쫑알쫑알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엄마가 아주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는 세상 불쌍한 얼굴과 목소리로 ”엄마 안아줘 “라고 말한다.
나는 싫다고 했다. 나는 왜 이럴까.
33개월짜리 아이에게 화가 나 있는 나 자신이 정말 싫다. 상처 주는 말을 한건 나인데 그 상처의 말이 나에게 박혀 내 마음밭을 썩게 만들고 있다.
2호가 스스로 만든 매일 하는 멘트가 있다.
“엄마 조~오아!”라는 말인데, ‘좋아’라는 단어 중 ‘좋’에서 톤을 높이고 길고 리듬감 있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저 말을 하면 나는 대답으로 “2호 좋~아!”라고 꼭 말을 해줘야 한다. 대답을 안 하면 할 때까지 10번이고 100번이고 “엄마 좋~아!”를 주문처럼 외친다. 그런데 나는 아직 화가 나서 말을 못 하겠단 말이다. 이런 나 자신이 참 황당하다.
내일은 동해바다로 휴가를 떠나는데 저녁 먹기 전부터 2호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흑
상처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상처’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상처라는 주제로 딱히 쓸 이야기가 없었는데 오늘 저녁에 이런 일이 생겼다. 좋은 건가.
지금도 그렇지만 젊은 시절 나는 ‘상처를 왜 받아?’라는 생각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과연 누군가가 주기 때문에 받는 것일까.
주는 사람이 문제인가 받는 사람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 저런 걸로 상처를 받는다고? 하며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잦았다.
평소 조금 아니 많이 둔하고 눈치가 없는 나는 감사하게도 쉽게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상처도 눈치를 채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뭐 거의 눈앞에서 대놓고 욕을 하지 않는 이상 눈치를 잘 못 챈다.
그리고 나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데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너무 심한 망각의 은사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자주 있다. 영화관을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사람에게 “너 그 영화 봤어?”라고 물으면 상대는 정말 황당해한다. 아마 소심한 사람이라면 상처받았을 것이다.
20대에 내가 속한 공동체에 한 남자애가 상처받았다며 자기는 A형이라고 하는데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엔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너 A형이야?"라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니었다. A형은 소심하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그런가, 그러고 나서 가만 보니 내 주변에 A형 남자들이 진짜로 소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소심한 A형 남자랑은 잘 안 맞아라고 자주 말했고 연애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설거지를 하고 있는 저 남자가 A형 이라니...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