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장에서 만난 찐 추로스
오션월드,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같은 곳에 가면 자주 만나는 간식, 추로스. 츄러스인지, 추로스 등으로 불리는.. 아무튼 그 간식은 나의 어린시절 소울간식이었다. 놀이공원에 가면 꼭 먹고 싶었던 간식.
추로스는 스페인 음식이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 간식.
우리나라에서 먹는 추로스와는 다르게 일명 '쇼콜라떼'를 찍어먹는다. 개념은 초콜릿 딥핑 소스와 같은 느낌이고, 비주얼은 진득한 핫초코와 같다. 빵에 설탕도 뿌려져 있지 않다.
이처럼 스페인의 추로스는 한국과 먹는 방식도, 맛도 많이 다르다. 워낙 한국에서도 놀이동산 등 유원지 가는 날 많이 먹는 간식이어서 그런지, 다른점이 여행 가기 전 조사때부터 많이 부각되어 나왔다.
스페인을 가면 반드시 먹어볼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모녀의 가벼운 추로스 체험기.
1) 마드리드 'San Gines 산 히네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추로스 판매점. 과거에는 24시간 영업하며 춤을 추고 나오는 사람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한 곳이었다고 한다.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 히네스. 마드리드에 왔으니 한번은 먹어봐야지 않겠는가. 톨레도를 다녀온 날, 저녁으로 추로스를 먹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 갔다.
'쇼콜라테리아 산 히네스'.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초콜릿 전문점이었단 걸. 1894년부터 운영해 벌써 100년도 넘은 유명 맛집. 한국은 오래되면 50년, 60년인 거 같은데, 100년이라니. 유럽은 역시 옛것을 유지하는데에는 최고인 거 같다.
메뉴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눈치 보며 선 줄. 줄을 기다리며 먹고 있는 사람들의 테이블을 흘깃흘깃 보니 대부분 추로스 6개에 쇼콜라테 하나를 두고 먹고 있다.
"엄마, 우리도 6개? 6개 괜찮겠지?"
평소에 빵을 많아봐야 1-2개 먹는 우리. 무슨 빵을 6개나 먹나 싶었다.
"제일 적은 게 6개야?"
"응"
"그럼 어쩔 수 없지. 남으면 싸가면 되잖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알겠다. 한국의 추로스는 아니라는 걸.
어딘가 마른듯한 밋밋한 빵과 커피잔에 등장한 디핑소스 정도로 생각했던 쇼콜라떼. 중국인들이 자장면이 한국 것이라고 말할 때, '자장미엔'이 있는데 왜 아니라고 부정하는가 싶었는데, 이것과 같은 맥락인가보다 싶었다. 어딘가 왜곡이 되어도 한참 왜곡된 듯 하다.
'쇼콜라떼'.
스페인과 한국의 추로스가 가장 크게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쇼콜라떼'를 떠올리면 아이스초코와 같은 음료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다르다. 추로스를 찍어먹는 소스를 의미하며, 음료라기에는 많이 진득한 액체가 나온다.
처음에는 살짝살짝 찍어먹기 마련. 단 음식에 익숙한 서양인들은 수저를 들고 퍼먹는다. 심지어는 마시기도. 우리나라로 치면 어렸을 적 설탕이 더 먹고 싶어 가래떡을 이용해 설탕 할짝할짝 먹다 설탕을 몰래 퍼부어 마신 느낌이랄까.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어렸을 적 한번 쯤 그래본 사람 있을 것이다. 딱 그런 느낌.
2) 세비야 '세비야 대성당 후문 앞 추로스 가게'
유럽은 상호명보다 어떤 것을 파는지 크게 써있는 경우가 많아, 상호명을 제대로 보지 못한 곳.
숙소 바로 앞에 있어 집에 들어가기전 간단한 저녁/간식 거리를 찾다가 'Churros y Chocolate'라고 적힌 걸 보고 가보았다. 세비야 대성당 뒤편에서 식당이 아닌 스낵가게를 본다면, 아마 그곳일 것이다.
"뭐가 되게 많다."
Filled Churros, Mini Churros, Sevillian Churro Box 등 다양한 추로스 메뉴를 파는 곳. 위에 올려져있는 추로스 모형을 보니 미니 추로스가 눈에 띄었다. 알 수는 없지만 메뉴에 맛도 여러가지 써있는 것을 보니 다양한 시도를 좋아하는 내가 딱 좋아할 스타일. 얼핏 봐도 추로 자체도 내가 마드리드에서 먹은 추로스는 아니고. 아마 한국에 와서 추로스에 대해서 찾아본 바에 의하면, 스페인 북부에서 많이 먹는 굵은 추로, '뽀라'의 형태인 듯하다. 스페인 북부에서 선호하고, 남동부에서는 가늘고 긴 마드리드에서 먹은 추로의 형태를 선호한다는데, 어찌 나는 반대로 먹어보는 듯하다.
뽀라는 설탕이나 계피가루를 뿌려 먹는다고 한다. 아마 국내는 북부의 설탕과 계피가루를 뿌려먹는 방식을 남동부의 빵에 적용을 한 형태가 약간의 변형을 거쳐 탄생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여기는 또 다른 변화가 있던 집. 설탕가루도 계피가루도 아니고, 쇼콜라떼도 아니다. 뽀라로 추정되는 미니추로스 위에 무언가 달짝지근한 소스를 뿌려주는 곳. 딸기, 초코, 누텔라, 연유 등 다양한 맛이 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모두 극강의 단 맛을 낼 수 있는 소스들이라는 것.
"미니 추로스 소스 뭐하지?"
"아무거나."
엄마는 늘 아무거나다. 고민 끝에 캬라멜로 결정했다.
"저녁인데, 또 뭐 먹을 거 없어?"
둘이 먹는 양이 적다보니 저녁 한끼 먹는데 추로스 하나만 시킬 생각이었지만 왠지 슬러시가 반가워 눈에 들어왔다.
"슬러시도 하나 먹자."
반가운 슬러시와 함께 캬라멜 소스가 뿌려진 미니 추로스를 들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 마치 한국 포장마차에서 뜨끈뜨끈한 붕어빵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
어느새 단맛에 길들여진 입인지 달달한 소스와 함께 먹는 추로스는 너무 맛있었다. 오동통한 빵이 주는 베어무는 폭신한 식감과 혀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달달함. 이렇게 또 새로운 스페인의 추로스 경험을 누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