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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Jul 17. 2024

우연히 찾은 카디스 즐길거리 2가지

즉석으로 매력 파헤치기

사진 한 장만 보고, 아는 것도 없고 계획도 없이 떠난 근교 여행. 소도시일수록 가급적이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사전조사해 보는데, 인상 깊었던 사진 때문인지, 무대포 무계획으로 왔다. 계획이 있었다면 근교여행으로 이곳을 오는 것 뿐.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의 정체는 황금 돔이었다. 돔은 이미 여행을 다니며 여러 번 봐왔지만, 황색 또는 주홍 빛이 도는 벽돌과 흰 벽이 주를 이루는 스페인 도시들 사이에서 압도적이었다. 레콩키스타의 영향으로 스페인 남부 곳곳에서 보이는 이슬람 문화의 잔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독특함이 더 돋보이는 듯하다. 그 돔 하나의 존재로 인해 도시의 주색이 달리 보였다.


머물고 있던 헤레스에서는 약 40분, 많이 찾는 주변 대도시인 세비야에선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곳. 나를 이렇게 이끈 이곳의 이름은, 바로 카디스다.


카디스 가는 열차 안에서


Tip. 헤레스-카디스 기차 좌석

헤레스에서 카디스 갈 때는, 오른쪽에 앉아서 가길 추천한다. 마치 바닷가 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돌아올 때는 그 반대로!


카디스 기차역 주변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의 도시에 자카란다가 먼저 반겨주던 곳.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축구하는 어린아이들을 구경하며 바닷가로 왔더니,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에메랄드 물빛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카디스 시내로 걸어가는 길


바다를 한참 감상하며 걷다 보니 멀리 황금돔이 보였다. 지도가 필요 없다. 이것만 보며 쫓아오니 시내 중심에 도착했다. 그런데, 돔이 있는 대성당을 먼저 방문하려 했더니, 5분 뒤에 닫는단다. 평일 오후 1시인데, 벌써?


카디스 대성당 앞


부활절 때문이란다. 행사가 있는지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밖에서 서성이고 있더라. 5분이라도 둘러볼 수 있다고 했으나, 입장료 7유로가 부담스러워 발걸음을 돌렸다.


성당에 앉아 계획 짜는 걸 즐기는 편인데, 당장 할 일을 잃었다. 아는 건 돔 하나였는데. 이제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뒤늦게 휴대폰을 뒤적여보다 출출한 배부터 해결하면서 도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이곳에서 한 기억에 남는 3가지.



1) 전통 타파스 먹기

스페인 전역이 그렇지만, 카디스는 타파스로 꽤나 알려진 도시다. 안달루시아 지방과 대부분이 유사한 메뉴지만, 바다와 접한 이 지역만의 특색 또한 갖추고 있다. 전통은 또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나.


Casa Manteca는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카디스의 전형적인 타파스 바다. 줄이 항상 있지만, 예약은 받지 않는 가게. 테이블이 몇 개 없어도 식당 곳곳에 서서 모두 식사를 하는 게 이곳 일종의 문화란다. 서서 먹는다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어느 곳이든 설 수 있는 공간만 나면 자리를 안내해주기 때문에.


여느 유럽식당들과 다르게 메뉴판도 꽤나 간결한 편. 영어 메뉴판이 없어서 더 좋았다. 외국인이 많이 오지 않는, 관광객 대상이 아닌 식당이라는 지표이니까.


Chicharrones (왼), Tortillitas de camarones (오)


나는 카디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Tortillitas de camarones (또르티타스 데 카마로네스)와 이 지역을 대표하는 Chicharrones (치차로네스)를 주문했다. 치차로네스는 메뉴판에서 찾을 수 없었지만, 다른 메뉴를 주문하니 먹을 것인지 물어보더라. 그만큼 수요가 많은 듯하다.


또르티타스 데 카마로네스는 작은 새우를 전처럼 부친 음식이다. 이곳은 이걸 아주 바삭하게 부쳤다. 작은 새우가 바삭하게 튀겨져서인지 건강한 새우깡 맛이 났다. 잡자마자 손이 번들번들해질 만큼 기름기가 많지만, 현지인들 따라 손으로 맛있게 먹었다.


치차로네스는 구운 차돌박이와 올리브유 그리고 소금의 조화다. 이곳은 그 위에 파프리카로도 간을 한 듯했다. 스페인 음식답게 제법 짭짤했지만, 한국인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기름지고 짠 이 음식 조합에는 역시 깔끔하게 지워줄 탄산음료 또는 맥주가 필요했다.


식당에서 먹은 장소


서서 먹느라 다리는 아파오고 강한 햇살에 등이 따가웠지만, 매대 옆 창가에서 직원들 일하는 걸 구경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이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집 가는 길에 잠깐 들러 간식 하나 간단하게 먹고 떠나는 현지인 바이브 같아서랄까.


약 7-8유로로 꽤나 저렴한 식사를 했다. 한 끼에 보통 15-20유로 선인 유럽 외식 물가와 비교하면 역시 타파스는 다양하게 먹는 거에 비해 가성비가 매우 좋다.



2) 카메라 옵스큐라 체험하기

바다를 따라 걷다가 그냥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결국 특별한 체험을 찾아 Torre Tavira로 왔다. 이곳은 일종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역사적 건물이다. 전 세계에 60여 개뿐인 카메라 옵스큐라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일종의 카메라의 기원이 된 발명품으로, 화가들에게는 현재의 빔프로젝터 역할을 했던 장치다. 이외에도 천문학자들이 태양을 관찰하는 데 사용하는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되었다.


카메라 옵스큐라


여기서는 이 카메라 옵스큐라로 카디스의 풍경을 관찰한다. 시간대 별로 가이드가 있고, 영어, 스페인어로 진행이 된다. 나는 거의 닫을 때 가 옵션이 스페인어뿐이었지만, 언어보다 시각적 경험이 더 중요한 것이니 들어가 보았다.


솥뚜껑이 연상되는 커다란 원판을 둘러 선 사람들. 방이 어두워지고, 막대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가이드다. 판을 위아래로 조절하며 초점을 맞추고, 놓여있던 막대를 돌리고 이동시키면 카메라가 향한 위치가 바뀐다. 그 오래된 역사가 무색하게 카메라가 생각보다도 훨씬 많이 확대가 되고, 화질이 꽤 좋았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움직이는 배 등, 상당한 거리에 있는 풍경들이 자세하게 보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발명품의 신기함에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관람했다. 가이드의 움직임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을 기울였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전망대 풍경


위층의 전망대도 좋았다. 대성당만큼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 주변의 바다들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동서남북을 다 둘러보니, 역시 황금 돔이 도시의 완성 같았다. 바다와 그 오묘한 빛깔의 만남은 스페인 대성당들 중 가장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바다 앞에서


여운을 안고 근처 바닷가를 거닐며 다시 한번 황금 돔을 보고 헤레스로 돌아왔다. 대성당의 황금 돔으로 여행을 시작해 마무리까지 함께 한 카디스. 구시가지는 꽤나 작은 도시였지만, 초반에 느낀 걱정이 무색하게 나름대로 알차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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