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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Jun 19. 2024

와인 고장의 전통 타파스 2곳

셰리주 고향, 헤레스

과거 50일 유럽 여행에도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여행했을 만큼 술에는 관심이 크게 없는 나지만, 여기, 매 식사마다 와인을 주문하게 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헤레스.


헤레스는 셰리주 주 생산지로, 와인으로 역사가 깊은 곳이다. 그만큼 마을 곳곳에서 쉽게 양조장을 찾을 수 있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포도밭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이라고도 하겠다.


셰리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티오페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만큼 헤레스에는 그들의 흔적이 깊게 묻어있다. 이 때문에 이곳까지 여행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런 나 조차도 와인에 관심이 생겼다.


정보도 모르고 의도치 않게 머물게 된 헤레스였지만, 이왕 온 거 조금이라도 즐겨보기로 했다. 여행의 주목적은 그 지역의 전통을 경험하는 것이니까.


돌이켜보고 아쉬운 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관심이 크게 없었다보니, 마신 와인에 대한 상세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셰리주를 주문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웨이터가 직접 설명해 준 내용들은 앉은 그 자리에서 금방 휘발되어 버렸다.


그래도 꾹꾹 눌러 담은 기억을 회상해서 적어보는 헤레스 내 타파스 추천 2곳.



1) La Antugua Cruz Blanca

야외 자리 분위기가 좋아서 지나가다 자리 잡은 식당. 지나가는 사람들 여유롭게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식당 외부


고품질 와인 생산지답게 미슐랭 식당이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 처음 눈에 띄었던 광장 근처의 자리. 식당 위치 때문인지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나는, 바로 옆 테이블의 대화를 귓동냥으로 듣고 주문에 나섰다.


타파스와 와인


가장 중요한 셰리주를 비롯해, 타파스 메뉴로 부뉴엘로(Bunuelo)와 오징어(Calamar Relleno). 그 유명한 셰리주 첫 시음이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강한 맛에 당황했다. 와인을 입에 넣었는데 소주를 마시는 기분이었달까. 도수가 비교적 높은 셰리주만의 독특함이었다.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이 맛을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거 같았다. 뒤가 깔끔하다.


개인적 입맛엔 오징어가 와인과 페어링이 잘 됐다. 오징어 링 안을 가득 채운 양파와 잘게 썰린 오징어에 적절하게 새콤달콤한 소스가 입맛을 돋웠다. 


부뉴엘로는 대구로 착각하고 주문했는데, 지나고보니 빵 종류인 듯했다. 발렌시아에 부활절에 먹던 그 도넛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식사에 가까워 보였는데, 고소하고, 소스에 찍어야만 그 풍미가 사는 듯했다. 여전히 이것의 정체는 미스터리. 조금 기름진가 싶었지만 뒷맛이 소주처럼 강하게 올라오는 셰리주가 깔끔하게 없애주어 계속 먹게 되는 무한굴레 속에서 다 먹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스페인 특유의 날씨와 함께 헤레스 그 자체를 제대로 즐겼다.



2) Bar La Moderna

숙소 주인이 직접 추천해 준, 현지인들이 많이 모이는 오랜 전통의 타파스 바. 몇 개의 추천장소 중 가장 클래식한 곳이란 말에 방문했는데, 자세한 설명 없이도 그 말이 와닿는 곳이었다.


식당 내부


서서 마시는 곳, 의자만 있는 곳, 테이블까지 있는 곳 등 다양한 형태의 자리가 있었다. 모두가 마치 이곳을 자주 드나드는 것처럼 움직였다. 손님이라기보단 친한 친구들 같달까. 가게 안으로 발을 딛는 순간 스스로 외지인이란 생각이 강하게 스칠 만큼.


식당 내부 및 와인


와인은 별도로 메뉴판을 제공하지 않고, 취향에 맞추어 추천해 주었다. 고급 식당도 아니고 일반 바에서 취향 맞춤형 서빙이라니. 와인에 진심인 이들이 즐기는 방식인 듯하다.


나는 중간 단맛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달았다. 하지만 이 단맛 속에서도 독한 술의 향이 느껴진다. 마치 막걸리처럼 단맛에 끌려 계속 마시다가 정신 차려보니 취해있을 법한 그런 맛이랄까. 익숙한 포도향이 지나면 코 끝에 알코올 향이 스친다. 이게 바로 셰리주의 매력인가 보다.


타파스


이곳은 영어 메뉴판이 없다. 스페인어만 적혀있어 상상이 안돼, 함께 먹을 음식들은 모두 와인과 어울릴만한 메뉴로 웨이터에게 추천받았다. 그의 추천은 육류 하나, 해산물류 하나를 먹으라는 것. 그중에서도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요리인 미트볼(Albondigas) 그리고 대구(Bacalao)였다.


워낙 한국에서도 미트볼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던지라, 이 미트볼 역시 그저 평범했다. 그래도 하우스에서 제공해 준 무료 빵을 소스에 찍어먹는 맛에 나름대로 잘 챙겨 먹었다. 대구는 식재료도 동일해서인지 피시 앤 칩스 같았다. 그거보단 더 적절한 간과 적당한 기름기로 훨씬 맛있는 대구 튀김.


이 타파스 바에서는 현지인들의 분위기와 와인에 보다 더 집중했다. 거기다 도합 약 8유로의 저렴한 식사. 와인을 잘 모르는 나지만, 헤레스의 클래식한 타파스 바를 더 탐구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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