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레스의 전통 알아보기 (1)
말에 올라탄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서도 믿지 못했다. 강남스타일처럼 인간이 추는 말 춤은 봤어도, 진짜 말 춤은 상상조차 못 해봤는데. 헤레스에 있는 세계 4대 왕립 승마학교에서 그것을 진짜 볼 수 있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헤레스의 전통을 만나기 위해 시내 외곽에 있는 승마학교까지 찾아왔다. 가는 길엔 관광객 하나 보이지 않고, 한국엔 잘 알려지지도 않은 문화라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의구심이 가득 들었는데, 그게 무색할 만큼 방문객이 꽤나 있었다. 스페인어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걸 보니 국내여행객의 수요가 많은 듯했지만.
줄을 서서 구매순서를 기다리는 순간까지도 두 개의 마음이 공존했다. 살까, 말까?
티켓을 결국 사서 입장했다. 마음 한 구석에 있던 후회는 자리에 앉자마자 사라졌다. 진정한 헤레스의 문화를 보는 것만 같아서. 조명 몇 개가 전부인 소박한 경기장은 이들의 바이브에 꽤나 잘 묻어 나왔다.
쇼는 스페인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진행되며, 18세기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들을 입고 나오며, 안무는 클래식 드레사주, 도마 바케라 등 전통적인 무브먼트부터 고급 승마 기술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조련사들은 소리로 말을 컨트롤한다. 엄청난 훈련이 사소한 순간부터 강하게 느껴졌다. 일사불란하게 정해진 이동동선을 따라 철저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이곳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쇼가 거듭되면 될수록, 나는 어딘가 모를 기괴함을 느꼈다. 말이 마치 사람이 걷는 듯 걷고, 사뿐사뿐 뛰는 모습이 마치 회전목마 위의 말들 같았다. 무언가 마법에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 감정이 극에 달했던 건, 쇼 중간쯤. 가운데 묶인 말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한다.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맞추어서. 이 역시도 포인트는 '우아함과 절도'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말들의 걸음걸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발레 무대 위 주연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움직이듯 말은 계속 움직였다.
쉬는 시간까지 있을 만큼 쇼는 꽤나 길었다. 1부는 기본적인 행렬과 기술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2부는 보다 기술이 많이 보였고, 그만큼 더 기괴해졌다. 그렇게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반대로 노래는 경쾌해져만 갔지만.
사고방식을 완전히 벗어난 이벤트였다. 단순히 걷고 달릴 줄만 안다고 생각했던 말은, 상상 그 이상으로 다양한 것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결국 왕실을 위해 인간이 억지로 만들어낸 움직임이겠지만.
즐거움과 기괴함이 교차하는 마음에, 묘한 기분으로 쇼 관람을 마쳤다. 그 묘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냥 뭔가 이상하다'는 말로 설명할 뿐. 안달루시아에서 꽤나 유명한 볼거리라고 하니, 그들의 문화의 일부로써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덕분에 헤레스에 대한 인상은 무엇보다 강하게 남았다.
춤을 추는 말. 동화 속 마법에 걸린 말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