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전혀 다른 두 개의 호스텔
포르투갈에는 호평을 받은 호스텔이 많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호스텔을 보면 방문객이 많은 특성상 평점이 높은 곳을 찾기는 힘들다. 많은 여행객을 한 번에 수용하는 호스텔인 만큼 돌발 요소도 많고 맞춰야 하는 개인의 특성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10점 만점에 8점 후반대를 유지하면 아주 괜찮은 숙소라고 생각할 정도다.
포르투갈은 숙소를 알아보기 전부터 호스텔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접해 호스텔 숙박을 고려하고 있었다. 엄마랑 다니는 여행이기 때문에 대부분을 가급적이면 2인이 프라이빗하게 머물 수 있는 아파트 및 B&B, 3성급 이하의 호텔을 주로 예약을 했지만, 장기 여행인 만큼 여행 경비도 줄이고 호스텔도 경험을 해볼 겸 평판이 괜찮은 포르투갈에서 머물러 보기로 했다. 실제로 숙소를 구하기 위해 북킹닷컴에 검색했을 때 평이 많은데도 다른 국가에 비해 9점대의 아주 좋은 평판을 갖고 있는 저렴한 곳이 적지 않았다.
포르토와 리스본에서 머물렀던 호스텔들은 각각의 특성이 짙었다. 공용공간 및 침실 분위기 모두가. 그도 모두 타 지역 호스텔과 비교하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호스텔이 두려워 고민만 하고 숙소에 큰돈을 들이는 1-2인 여행객에게 첫 번째 경험을 포르투갈에서 해 보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1) 여기가 에그타르트 맛집, 갤러리 호스텔
복도를 따라 벽면에 작은 그림들이 줄줄이 달려있는 것이 이름 따라 갤러리가 연상되던 호스텔. 관광지 중심에서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으면서도 조용한 곳에 있는 호스텔이다. 밤이 되면 골목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하지만 위험한 분위기의 장소도 아니고, 외진 골목도 아닌 현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넓은 골목이니 밤길에 대한 겁만 없으면 충분히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갤러리 호스텔은 공용공간에도 사람도 대화 소리도 없고, 침실 공간에서 조차 마주쳐도 가벼운 눈인사조차 없었다. 누가 있는지도 잘 모른 채 갤러리처럼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본인이 머물 때 함께 방을 사용하는 이들의 성향도 중요하겠지만, 이 호스텔의 분위기 자체가 대체로 그렇다. 각각의 2층 침대가 분리되어 있는 형태로 위아래 머무는 사람만 조용히 사용한다면 침대가 흔들리는 불편함을 겪을 일도 적었다.
엄마와 나는 각각 이층 침대 위 칸에 배정을 받았다. 방이 모두 보이는 뻥 뚫린 2층의 시야가 어찌 보면 프라이빗하게 있지 못하는 것이니 단점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답답하지 않고 좋았다. 다른 침대에 있는 엄마와 마주할 수 있기도 하고.
위에서 나란히 만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반가웠다. 계단도, 장시간 걸음도 씩씩하게 다니는 젊게 사는 엄마지만, 이상하게 이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그래서인지 2층에 올라와 개인 등을 켜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이 상황이 웃기고 낯설었다. 갑자기 엄마의 청춘시절을 보는 기분도 들었다.
"Try this."
무엇보다도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따뜻하다 못해 엄청 뜨거웠던 '파스텔 드 나따'에 대한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엄마와 나는 대화를 하기 위해 복도에 나와 앉아있었다. 아침 식사 공간이 보이는 곳에 앉아있었는데, 직원이 갑자기 파스텔 드 나따 두 개를 들고 오더니 방금 한 거라고 먹어보라며 건네주었다.
"You know what is this called?"
"Egg Tart?"
많이 본 에그타르트인데 내가 이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질문을 듣자마자 물어본 의도에 호기심에 당황스러웠다. 포르투갈어로 파스텔 드 나따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 일단 에그타르트라고 답했다. 그냥 에그 타르트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것인 줄 알았기 때문에.
"This is PASTEL DE NATA."
대답을 들은 직원은 파스텔 드 나따라는 걸 굉장히 강조하며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그 타르트의 원조는 포르투갈이고, 포르투갈에서는 파스텔 드 나따라고 부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에그 타르트는 겉이 조금 단단하고 파이와 유사한 형태라면 파스텔 드 나따는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여있어 바삭한 것이다. 엄연히 보면 식감에서 큰 차이가 있으니 다른 거라고 볼 수 있는 것. 또 포르투갈이 원조라 하니 우리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었을 거다.
그렇게 받은 파스텔 드 나따는, 입안이 다 데일 정도로 뜨거웠지만, 정말 맛있었다. 2년이 지나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많은 파스텔 드 나따를 먹어봤지만, 그때 먹은 게 최고였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숙소 호스트도 친절하고, 포르토 정보도 구체적으로 설명을 잘해줘서 포르토가 처음인 우리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2) 극 외향인들에게 추천하는, 홈 리스본 호스텔
입구부터 포르토의 갤러리 호스텔과는 상반된 분위기. 갤러리 호스텔은 서정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클럽 같은 분위기의 홈 리스본 호스텔은, 많은 사람이 모여 즐기는 파티와 가까운 역동적인 느낌이었다. 이곳은 호스텔 월드에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호스텔 '호스카'에서도 선정이 된 적이 많은 세계적인 호스텔이다.
숙소 분위기처럼 호스트도 활달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시내 투어 프로그램도 있고, 저녁 파티 등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까지도 갤러리 호스텔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곳. 1인 여행객 중 친구를 사귀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곳인 듯하다. 이곳은 바처럼 생긴 곳의 공간이 더 좁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득한 사진 속 넓은 공간에 사람이 더 없었다.
'덜그덕덜그덕'
이 호스텔에서는 이곳의 분위기만큼이나 잠자리도 역동적이었다. 발 밑으로 자고 있던 또 다른 2층의 주인이 아침부터 아주 격렬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덕에 함께 옆에 2층에 머물던 나도, 바로 아래 자고 있던 엄마도 깼다. 결국 4인의 침대가 함께 붙어있는 삐그덕 대는 나무침대 때문에 엄마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덕분에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신트라 여행이 탄생했다.
'엄마랑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 할 것까지 역동적이고 활달했던 홈 리스본 호스텔에선 정말 말 그대로 씻고 자는 것만 했기 때문에 딱히 추억은 없다. 확실한 건 1인 여행객이나 우정 여행 중인 이들 중 외향인들에게만 어울릴 것 같은 곳이라는 것. 엘리베이터가 있고 체크인 후에는 공용공간을 굳이 갈 일은 없어 편하게 이용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글쎄 젊은 사람이 아닌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전에 모녀 여행이 한참 유행이 있었던 때가 있었던 만큼, 다시 시국이 안정화되면 또 그때처럼 누군가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장기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한 명 이상은 호스텔을 고민하고 있을 거다.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금전적으로 아껴야 한다거나 또는 동행인 외에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 보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결과적으로는 젊게 사는 부모 세대들에게는 무난하게 머무를 수 있는 숙소가 될 수도 있지만, 숙소 성향에 따라 끼칠 수 있는 영향도 다양하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싶다. 사진과 후기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호스텔이 존재하기 때문에 호스텔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라면 입맛에 맞게 잘 골라 가길 바란다. 선택에 따라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