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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자동차가 아니라 동키라고?

스페인의 산토리니, 미하스

by 녕로그

말라가 주변 근교지를 알아보다가 스페인의 산토리니라는 곳이 있길래 검색해봤다. 하얀 벽에 꽃들이 많아 산토리니 별명이 있는 듯한데, 이거보다는 이 동네의 특별한 이동수단이 더 눈에 띄었다. 바로, 동키 택시 때문. 동키가 동물원도 아니고 마을에 있다는 말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미하스에 가기로 했다.


아기자기한 마을에 사람이 사는지 의문이 가득했던 조용한 동네. 몇 개의 상점들 말고는 모두 거주지였던 거 같은데도 사는 사람의 흔적만 있을 뿐 사람은 보지 못했다. 거기에 관광 도시인 듯 다니는 동키 택시 때문에 미하스는 분명 사람 사는 동네인데도 뭔가 거주지의 포근한 느낌보단 유원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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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엔히롤라 버스터미널


"여기서 타는 거라고?"

역시 정보화시대. 한국인들이 미하스는 비교적 많이 간 편이라 가는 길 정보가 좀 있었다. 교통수단을 2가지 이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탑승하는 곳도 다르기 때문에 헤맬 수도 있었던 걸 덕분에 어렵지 않게 왔다.


말라가 - 미하스 교통 Info.

말라가에서 푸엔히롤라까지 renfe로 이동 후, 푸엔히롤라 버스터미널에서 미하스행 버스를 타야 한다. Renfe는 왕복 7.2유로, 버스는 편도 1.55유로 (2019년 기준). 버스는 avanza에서 운영하는 버스 M122번을 탑승해야 하고, 푸엔히롤라 버스터미널 내부가 아닌, 밖에서 탑승하는데, 정확한 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 길을 확인하길 바란다. 좌측의 사진이 보이는 곳 앞에 도착하면, 맞게 온 것이다.


IMG_0862.jpg 미하스 마을


"부아아아아아아앙"

어디선가 갑자기 오토바이가 떼로 나타나 지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 사람들은? 여기 무슨 축제해?"

언뜻 봐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줄지어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참을 얼빠진 상태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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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스 마을


"하얗다 하얘."

자체 발광하는 듯 눈이 부시도록 하얀 벽들. 오토바이를 모두 보내고 마지막 오토바이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스페인의 강한 태양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새하얀 벽이 눈에 띄었다. 하얀 벽에 빨간 꽃들이 베란다에 놓여있는데 거기에 자연광까지 있으니 눈 뜨기는 힘들어도 보기엔 예뻤다.


IMG_0864.jpg 미하스 마차


"마차가 있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본격적으로 마을을 둘러보려는데, 광장 주변으로 오니 마차 몇 대가 있었다. 예전에는 생활문화였다면, 지금은 마을 주민들의 생계수단이 되면서 마차도 함께 있는 듯했다.


KakaoTalk_Photo_2021-12-31-14-13-08 003.jpg 동키 택시


"얘네구나."

"이게 동키야?"

동키를 살면서 처음 봤다. 동물원 어딘가에는 있었을까?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어 이 동물을 본 것 자체가 신기했다. 만화 속 동키들은 항상 밝고 장난기 많은 느낌이었는데, 여기 있는 동물들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사람을 태우기 미안할 만큼.


"가봐. 사진 찍어줄게."

"더 이상 가까이 못가."

평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고양이 조차도 싫어하는 엄마와 나. 둘 다 싫어하다 못해 약간의 공포심도 느끼는 편이다. 사진 찍으러 가까이 가려고 하니 막 움직여서 근처에 갈 수 없었다. 이런 겁쟁이 둘!


"근데 얘네가 성인 두 명이나 태울 수 있다고?"

"곧 쓰러지겠는데?"

좀 튼튼해 보이는 말과는 다르게 가다가 혼자 다리 힘 풀려서 주저앉았다고 해도 믿을 것 같이 생긴 동키들이 성인 두 명을 태우고 언덕을 다닌다니. 믿을 수 없었다.


동키 택시 Info.

동키 택시는 마차가 다니기에는 골목이 좁고, 언덕이 많아 대중교통이 쉽게 다니기 어려운 마을의 특성 때문에 생겼다. 동키 택시는 1인이 탈 경우 15유로, 2인이 탈 경우 20유로 (2019년 기준). 15-20분 정도 언덕에 위치한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한참의 고민 끝에 탄 동키 택시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타지는 않을 거다. 무섭고 불쌍해서 고민을 상당히 했는데 가는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IMG_0872.jpg 코스타 델 솔 뷰


"보이는 게 하나도 없네."

택시에서 내려 곧바로 마을 끝까지 걸어왔다. 여기서 바라보는 코스타 델 솔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했는데, 하늘이 도와주질 않는다. 분명 하늘이 파랬는데 다 어디 가고 뿌연 하늘만 남았다. 수평선도 어딘지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어서 실망했다.


IMG_0873.jpg 미하스 기념품샵


"여기 특이하다. 가보자."

대부분이 주거공간처럼 보이던 미하스에서 나름 볼거리가 있었던 상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언덕 아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있어 뷰 하나는 좋았던 평범하지 않은 기념품샵. 미하스의 예쁜 베란다의 꽃들을 상징하는 듯한 것들이 많아 가게 내부가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이었다.


IMG_0876.jpg 미하스


"저건 뭐야? 화장실?"

자연이 낳은 독특함 그 자체. 바위 밑 부분이 깎이면서 생긴 틈 사이에 건물이 하나 있었다. 마치 원래 있던 건물 위로 커다란 바위가 쿵 내려앉은 듯한 비주얼. 다시 마을 중심부로 걸어가는 와중에 독특함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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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스 메인 길 익스테리어


미하스는 집 하나하나가 정성 들여 신경 쓴 듯했다. 꽃도 관리를 잘해야 예쁘게 나는 건데 모두가 꽃 관리에 도가 텄는지 집집마다 안 예쁜 곳이 없었다. 여기 보고 저기 봐도 어디든. 거기에 길 따라 놓여있는 의자와 테이블도 유기적인 느낌에 시원한 원색인 게 실용성은 조금 떨어져 보여도 익스테리어가 완벽했다.


식당도 어떤 가게도 아닌 곳이 너무 잘 가꿔져 있어 남의 집인지도 모르고 홀린 듯 쳐다보고 옆에서 사진 찍고 싶을 정도로 거를 곳이 없었다. 물론 이것도 메인 길들에 한한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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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스 언덕 마을


이 마을의 매력을 올려주는 건, 언덕에 위치한 곳이라는 것. 언덕에 위치한 덕분에 굳이 골목 사이사이로 돌아다니지 않아도 어느 정도 높이에 가면 수많은 건물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흰 벽과 주황 지붕에 사이사이로 보이는 꽃 포인트에 뒤로 보이는 산까지. 포르토에서도 느낀 거지만 언덕에 있는 마을들이 다니기는 힘들지라도 한 번에 다 같이 보는 맛은 있다.


IMG_0893.jpg 미하스 집


"여기 집 엄청 가깝지."

"안에 다 보이겠어."

문득 사진을 찍다 바로 앞의 건물을 봤는데 생생하게 그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또 다른 집이 놓여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한국이라면 낮에도 밤에도 24시간 커튼을 치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들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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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엔히롤라 바다


"우리 돌아가는 길에 푸엔히롤라 바다나 한 번 보고 가자."

예상보다 빨리 둘러보고 미하스를 나오기도 했고, 푸엔히롤라 버스터미널에서 바다가 바로 보였기 때문에 그냥 보고 가기 아쉬웠다.


미하스까지 가서 한 건 사실 많지 않다. 그냥 마을 자체로 예쁜 도시인 거기 때문에. 하나 특별한 게 있었다면, 마그넷 사러 간 곳에서 천 원 구권을 봤다는 것. 계산대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천 원과 눈이 마주치고 깜짝 놀랐다. 사장님이 여러 국가의 지폐를 모으는 걸 보고 한국분이 주고 가신 듯했다.


시간은 많은데 할 것도 없고 해서 탄 동키 택시, 수제버거 식사, 마을 둘러보기가 전부일만큼 반나절로도 충분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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