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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델 솔을 즐기기 위한 두 개의 명소

바다 앞에서 한 번, 위에서 한 번 보기

by 녕로그

바다를 보는 건 좋아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태닝도, 해수욕도, 그 무엇도 관심이 없다. 우리에게 바다는 오직 먼발치에서 보는 관상용이다. 해수욕장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말라가를 온 것도 바다 때문은 아니었다. 비행기 없이 기차와 버스로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그 길에 있던 곳 중 하나였을 뿐이다.


말라가의 첫인상은 잊을 수 없다. 야자수 나무가 가득하고 유럽의 다른 구시가지 건물과 비교하면 조금 더 현대적으로 보이는 아파트들이 놓여있는 게 지금까지 봐온 스페인의 모습들과는 달랐다. 휴양지라는 걸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휴양지는 비싼 돈을 주고 웬만한 것도 하지 않고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지라 한번 가면 다시는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라가는 그렇지 않다. 재방문을 하더라도 남들처럼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목적은 아니겠지만, 바닷가 풍경이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인적이 드문 아침마다 모래사장에 앉아있고 싶을 만큼.



1) 코스타 델 솔의 대표, 말라게타 해변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가장 관광산업이 발달된 해안가 지역인 코스타 델 솔. 그런 말라가에서도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스페인 여행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근접하게 있는 곳이었던지라 다른 일정을 하기 전, 아침 일찍 바다를 가보고 싶었다.


KakaoTalk_Photo_2022-01-01-12-20-12 001.jpg 말라게타 인공조형물


말라게타 해변의 트레이드 마크, 독특하게 생긴 말라게타 인공조형물이 우릴 반겼다. 보통 이런 조형물들이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분위기를 더 살렸다. 모래로 쌓아 올린 느낌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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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게타 해변


아침에 본 말라게타 해변은 안개가 껴 뿌옇게 보이는 수평선 위로 몽실몽실한 구름이 길게 늘어져있으니 잔잔한 호숫가 같은 느낌이었다. 평범할 뻔했던 바다가 은은한 느낌이 더해져 특별해졌다.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건물도 특이했다. 야자수와 잘 어울리는 원색이 강조되는 아파트 건물이. 모양새도 특이했고, 유명 해변 앞에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는 것도 새로웠다. 한국으로 치면 지방의 해변이라 그런 것이었을까?


"아침부터 있네."

아침에 간 해변은 인적도 드물고 평화로웠다. 인기가 많은 휴양지라곤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그래도 이 와중에 이른 아침부터 모래사장 위에 누워 태닝을 하고 있는 커플, 미니 파라솔을 펼쳐놓고 바다를 즐기는 이도 있었다. 자칫하면 휴양지의 매력 없이 허전함만 느끼고 돌아갈 뻔했는데, 그들 덕에 조금이나마 유럽의 바다 같아졌다.


KakaoTalk_Photo_2022-01-01-12-20-13 002.jpg 말라게타 해변에서


수평선 근처에 떠 있는 배 몇 척과 진한 파란빛보다는 옥빛에 가까운 바다 빛. 잠깐이지만 고요한 것이, 참 좋았다.



2) 올라가는 길부터 매력적인, 히브랄파로 성

말라가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 히브랄파로 성은, 말라가의 바다와 마을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스페인에서 뷰가 가장 예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오랜 시간 휴대폰으로 잠금화면으로 해 놓았을 만큼 마음에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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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랄파로 성 올라가는 길


"엄마 뒤돌아 봐 봐. 너무 예뻐!"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경치가 볼만 했다. 새파란 바다, 항구와 모바일 게임에서나 본 것 같은 아파트에 앞쪽으로는 무성한 나무들까지. 색감이 이렇게나 다채로울 수 있나! 등산하듯 위로 가면 위로 갈수록 멋있어지는 풍경에 감탄하며 힘든지도 모르고 올라갔다.


히브랄파로 성 가는 법 Info & Tip

히브랄파로 성은 가는 방법이 두 가지. 버스와 도보. 두 가지 방법 모두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으로 비슷하다. 성이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도보로 성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이 느끼는 편차가 굉장히 큰 편.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올라가는 경치가 너무 좋아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린 후자의 경우였기에, 체력이 너무 낮지만 않으면 걸어 올라가길 추천한다. 버스를 탈 경우, 35번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다만, 배차 간격이 1-2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시간표를 미리 알아보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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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랄파로 성 중간 전경


"저기 크루즈도 있다."

멀리서 봐도 커다란 크루즈. 말라가는 항구와 도심이 멀지 않아 크루즈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마침 럭셔리 여행의 상징인 크루즈가 정박해있는 걸 보니 괜히 더 좋은 휴양지 같았다.


KakaoTalk_Photo_2022-01-01-12-20-13 006.jpg 히브랄파로 성 올라가는 길 가장 좋아하는 뷰


위로 올라가도 또 같은 피사체를 보고 있을 게 뻔한데도 다른 높이에서 보는 모습을 놓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높이가 되니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또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여행 표지로 나와도 되겠어."

눈에 들어온 원형 경기장. 규모로 봐서는 굉장히 아담해 보였는데 외벽이 주홍빛이 도는 게 이 구도로 보이는 피사체 사이에서 포인트 역할을 했다. 사각형만 가득한 건물들 사이 원형인 것도 한 몫 했다. 색도 형태도 다채로워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부분적으로만 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가운데 세리프체로 MALAGA만 적으면 예쁜 포스터 또는 책 표지 이미지로 대표할 수 있을 것 같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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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랄파로 성


"여기는 돈 내고 가네?"

"아, 여기부터가 성이네."

사실 우리가 걸어오던 길 모두 성인 줄 알았다. 굳이 따지자면 성의 일부는 맞겠지만, 당연히 성에 왔다고 생각하고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위해 올라가고 있었다.


히브랄파로 성 입장 Info.

히브랄파로 성 입장료는 성인은 3.5유로, 학생은 1.5유로 (2019년 기준). 알카사바와 통합 티켓도 판매하고 있으니 알카사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참고.


"끝이 없네."

성은 역시나 넓다. 아마 크게 한 바퀴를 돌면 올라오면서 본 거 말고 그 반대편의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거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을 쫓아 걸어갔더니 성곽길의 끝이 보일 생각을 안 했다. 성보다는 말라가의 전경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미 올라오면서 많이 봤기에 흥미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전경은 볼만큼 봤다고 생각이 들 때쯤 성의 중간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왔다.



독특한 자연들이 만나 만들어진 예쁜 바다들과는 다른 인공적인 것과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바다가 차별점이었던 곳. 바다 빛깔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에도 불구하고 흐린 날의 바다와 맑은 날의 바다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곳. 왜 스페인 관광산업의 35%를 차지할 만큼 많은 관광객이 바다를 보러 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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