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하면 가우디, 가우디하면 바르셀로나. 그만큼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바르셀로나를 간다면, 가우디 작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다. 우리 역시도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가우디의 건축을 보기 전에 가야 할 곳
바르셀로나 시내의 분위기만 파악하고 가우디의 건축을 제대로 보기 전, 가우디를 투어 하기에 앞서 먼저 둘러보기로 한 곳이 있다. 바로, 몬세라트. 사진으로만 봐도 기괴하고 독특하게 생긴 바위산은 가우디가 건축하는 데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영감을 준 곳을 몸소 부딪혀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 몬세라트 일정을 먼저 다녀왔다.
바르셀로나를 처음 방문한 사람으로 가우디 투어를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처럼 몬세라트를 먼저 다녀올 것을 권하고 싶다.
혼돈의 파티였던 몬세라트 가는 길
몬세라트 가는 길은 출발지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2회 이상 환승하게 되어있다. 다행히도 관광객이 많은 편이기에 안내가 잘 되어 있고, 국내 블로그나 카페에서도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가는 길이 복잡하다고 뚜벅이가 포기할만한 곳은 아니다.
몬세라트 가는 방법 Info.
몬세라트로 가기 위해 R5열차를 먼저 타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내에서 출발한다면, Pl.Espanya역에서 탄다. R5열차를 타고 가, 몬세라트를 가기 위해 내릴 역 선택지가 두 곳이 있다. 산악열차를 타는 역, 케이블카를 타는 역.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는 Aeri de Montserrat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다음 역인 Monistrol de Montserrat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을 선택하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R5 열차를 타게 될 경우 이미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온 인파들이 전 역에서 미리 타서 오기 때문에 시내까지 돌아가는 길 내내 서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열차 티켓은 Combinat Montserrat 티켓을 Pl.Espanya역 기계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편도로 성인 12.75유로 (2019년 기준). 케이블카 탑승하는 티켓, 산악열차 탑승하는 티켓이 별도로 판매되기 때문에 편도로 각각 구매해야 하며, 한 개의 이동수단으로 왕복을 원할 경우, 왕복으로 판매되고 있는 해당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몇 분 남았다고?"
"10분 정도. 일단 티켓 구매부터 하자."
R5를 타는 Pl.Espanya역까지도 열차를 타고 와야 하는지라 숙소에서부터 시간을 계속 확인하면서 왔는데, 생각보다 지체된 바람에 예상시간보다 R5열차 타는 역에 늦게 도착했다. R5는 자주 있는 열차가 아니라 떠날 때가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져 우리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3분! 2분!"
"갈 수 있어?"
"몰라! 뛸까? 뛸 수 있어?"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는데 역사는 넓었고, 시간은 촉박했다. R5 열차 탑승장 표지판을 따라 종종걸음을 걷다 이내 알아온 열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뜀박질을 시작했다. 긴박했다. 그 와중에 길은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온 정신을 집중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표지판을 보고 와 지나온 그 길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S8 열차
"저기 있다!"
"타? 이거 맞아?"
"맞을 거야. 분명 보고 왔는데?"
"시간 없다. 일단 타!"
안내 문구는 사라졌지만 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하나였기 때문에 열차가 보일 때까지 달려왔다. 마침내 도착한 플랫폼에는 아직 출발하지 않은 열차가 한대 있었다. 나름 바르셀로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근교지를 향하는 열차인데도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의심이 갔지만 열차가 떠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앞에 서서 고민을 할 수 없었다.
"타긴 탔네."
"이거 맞겠지?"
"36분에 딱 출발했는데. 맞지 않을까?"
일단 열차는 우리가 생각했던 시간에 딱 출발했다. 출발 시간이 우리가 열차를 맞게 탔다는 확신을 50% 정도는 하게 만들었다.
"다음 역이 이거랑 같으면 우리가 맞게 탄 거 아닐까?"
시간도 제때 출발했고, 열차 내에 붙어있는 노선도도 몬세라트를 향해 간다. 마지막으로 확신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건, 다음 역이 구글 맵에서 안내한 것과 일치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확신은 이내 무너졌다.
"노선도 밑에 무슨 표시가 있는데 R5만 저기까지 가는 거 같네."
"그러네. 여러 가지가 있나 봐."
"아니, R5가 우리나라 1호선, 2호선 나뉜 것처럼 그런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OO행 이런 걸 의미하는 거야?"
아직도 왜 그렇게 표시하는지는 이해할 순 없다. 확실한 건 알파벳과 숫자로 조합된 R5 외의 몇 가지가 노선도 밑에 표시가 되어 있는데, 열차 번호가 R5가 아니라 다른 것이면 몬세라트까지 가는 노선도가 그려져 있어도 거기까지 가는 게 아닌 열차다.
"그럼 우리 중간에서 내려야 하네?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
"그건 내려봐야 알지."
"일단 몬세라트에 제일 가깝게 이 열차 종점에서 내리자."
사람도 없고 뭔가 이상해 계속 의심을 한 끝에 우리가 탄 열차는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고, 우선 최대한 가까이라도 가기로 했다. 그나마 가까운 곳이라면, 지하철이 가지 않아도 버스든, 택시든 방법이 있겠지 싶어서.
Martorell Enllac역
Martorell Enllac역. 이 열차의 종점이었다. 그런 걸로 미루어 보아 우리가 탄 열차는 아마 S8인 듯하다. 우리가 내린 이 역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열차만 지나다니는 시골인 듯했다.
"저기 역무원한테 물어볼게."
끊어놓은 티켓이 있으니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음 열차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같이 내린 사람도 없어 막막했는데 마침 역 내에 근무하는 분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다음 열차 타면 된대."
다행히 내린 플랫폼에서 다음 열차를 타면 몬세라트로 갈 수 있다니 안심이 됐다. 만약 우리가 R5가 그 시간에 출발하는데 다른 플랫폼에서 잘못된 열차를 탄 것이라면 분명 같은 노선을 달리는 두대의 열차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파악은 할 수 없었지만, 날도 선선하니 플랫폼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것도 여행의 묘미야. 그치?"
"그러게. 조용~하니 좋네."
어딜 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벤치에 앉아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뭘 위해 그렇게 서둘렀나 싶었다. 이 여유도 좋은데.
그렇게 앉아 있기를 약 50분. 긴 기다림 끝에 다음에 오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몬세라트 열차 및 케이블카 안내문
"오긴 왔다."
"그러게. 일단 산에 갇히면 안 되니까 이거부터 사진으로 찍자."
열차를 타니 아니나 다를까 아까의 열차와는 다르게 사람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내리는 곳에서 함께 내려 따라 걸어왔더니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왔다. 그리고 어딜 가나 이동수단을 이용해서 돌아가야 한다면 우선 찍고 보는 시간표 발견. 또 아까같은 덤벙대다가 일어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니 이번엔 특별히 주의 깊게 읽었다.
몬세라트 케이블카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태우네. 두대가 왔다 갔다 하고."
샛노란 케이블카가 사람을 나르는 몬세라트. 케이블카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한 번에 태웠고,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탔다.
몬세라트 케이블카에서 (1)
"와, 이거 봐. 무조건 찍어야 돼."
"잘 찍어놔."
바깥을 보기 위해 한쪽 창문에 찰싹 붙은 채로 올라갔다. 창 너머로 보이는 몬세라트의 풍경은 정말 독특했다. 동시에 특징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 가우디가 어떻게 이 산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이 각도는 케이블카를 탄 순간에만 볼 수 있으니 어떻게서든 담아야 했다. 한 손에는 DSLR,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카메라 렌즈를 창에 찰싹 붙여 다각도로 찍었다.
몬세라트 케이블카에서 (2)
"어떻게 이런 산이 있을 수가 있어? 바람으로 깎은 것도 아니고, 누가 만든 것 같아."
봐도 봐도 모르겠다. 찍은 사진을 계속 쥐고 보고 있어도. 바람으로 깎인 것도, 퇴적된 것도 아닌 것이, 누가 사포로 갈아놓은 듯 둥글둥글한 원기둥 형태의 괴석들이 모여있는 이 모습. 독특, 특이를 넘어서 기이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몬세라트 기암괴석
"여기서 더 잘 보이네."
"가우디 건축물이 여기서 보이는 거 같아."
남들보다 오래 걸렸지만, 무탈하게 어찌어찌 오긴 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마을로 입성하자마자 사진에서 얼핏 봐온 가우디의 건축물이 바로 떠오르는 기암괴석들의 모양에 자꾸 시선이 가 고개를 내릴 수 없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으려면 나라에 이런 특이한 거 하나쯤은 있어야겠는데."
산을 한참 바라보니 천재가 독특한 자연을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자연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자연에서 얻은 영감이라고 해도 그런 독특함은 나오지 않았을 거 같았다. 모습이 너무나도 겹쳐 보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