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해 들어봤다. 100년 동안 지었는데 아직도 짓고 있는 성당이 있다고. 현재 성당을 짓고 있다는 게 놀라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이 된 조상들의 유산처럼 느껴지는 유럽의 성당이 어디선가 동시대에 지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짓기 시작한 지 100년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어서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그리다 파밀리아가 바르셀로나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지은 이가 가우디라는 엄청난 건축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구시가지는 다른 스페인의 도시에 비해 발전된 느낌이 강했다. 확실히 큰 도시라는 게 느껴졌다. 완전 현대의 모습은 아니지만 현대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그런 바르셀로나와 잘 어울렸다. 구시가지를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활용하며 평범함 속에 방점을 찍어 바르셀로나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가우디 대표 건축물 Info.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다음과 같다 : 구엘 저택, 구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바뜨요, 카사 밀라, 카사 비센스. 이들은 될 수 있으면 하루, 이틀에 걸쳐 연달아 박물관에서 작품을 구경하듯 보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가우디의 대표 건축물 6곳 중 비교적 떨어져 있는 카사 비센스를 제외한 5곳을 다녀왔다.
1) 궁전 같은 화려한 대규모 집, 구엘 저택
아침부터 붐비는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가다 좁은 골목으로 빠지니 눈에 띄는 한 건물이 있었다. 효율적인 가우디 투어를 위해 짠 루트의 가장 첫 번째 목적지, 구엘 저택. 옆의 건물과 높이도 똑같지만, 외관부터 풍기는 포스가 남달랐다. 기사단이 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구엘 저택 Info.
후원자 구엘을 위해 지은 집. 집 치고는 궁전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입장료는 성인 12유로, 학생 9유로 (2019년 기준).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구엘 저택 내부
"이게 저택이라고? 집이라고?"
입구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 사람도 없고 오로지 우리 둘만 있으니, 이 계단이 마치 우리를 위한 레드카펫 같았다. 연회장도 그랜드 피아노도 모두 구엘의 대단한 지위를 보여주었다. 가우디를 한평생 후원을 해왔으니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집이라곤 믿을 수 없었다.
구엘 저택 중앙홀 천장
"너 지금 되게 웃겨."
"예쁘잖아. 어쩔 수 없어."
중앙홀 천장 바로 아래, 사람들이 다니는 곳 바닥에 주저앉은 나.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엄마는 웃으며 천장을 찍고 있는 나를 찍었다. 관종 같이 남들이 앉지 않는 곳에서 그것도 시선이 쏠리는 한가운데에 앉아있다고.
여행하면서 언제부턴가 자유로운 영혼이 몸 안에 흘렀다. 자유롭게 행동하는 서양인들의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 더 이상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서로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천장을 보자마자 생각도 않고 바닥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카메라를 들이밀 수 있었고, 덕분에 최고로 마음에 드는 천장 사진을 건졌다.
구엘 저택 옥상
저택은 규모에 맞게 수많은 방이 있다. 대부분의 가구는 없고, 공간과 흔적만 있지만. 그렇게 박물관 같은 내부 공간을 구경하며 하인들이 지나다니던 계단을 따라 쭈욱 올라오면, 옥상이 나온다.
형형색색의 타일로 이루어진 다양한 굴뚝들이 눈에 띄었다. 유리, 대리석 같은 깨진 조각으로 만드는 트랜카디스 기법으로 만든 굴뚝들. 뭔가 나무 같기도, 롤리팝 같기도 했다. 어딘가 정신 사납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개되어 있지만 방치되어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곳을 개성 있게 꾸며놓은 가우디의 개성이 느껴졌다.
2) 몬세라트가 생각나는 외관, 카사 밀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큰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카사 밀라. 이 독특한 건물은 현재도 누군가가 살고 있는 Casa(집)다.
카사 밀라 Info.
직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집. 카사 밀라는 (https://tickets.lapedrera.com/ 에서) 미리 예약하고 가길 바란다. 성인 22유로, 학생은 16.5유로 (2019년 기준). 티켓에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는데, 한국어도 있으니 추천한다.
카사 밀라
"이것도 집이라는 거지?"
"응. 여러 사람이 사는 집 같은데."
카사 밀라 입구를 지나 마당 쪽으로 들어오자마자 안에서 바라본 건물의 모습에 놀랐다. 절대 사거리 건너편에서 보면서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마당에서 본 느낌은 처음 외관을 보며 생각했던 것과 단 1%도 맞지 않았다.
카사 밀라 방
카사 밀라의 개방된 공간은 어느 정도 공간의 용도에 맞게 가구가 배치되어 있다.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는 만큼 내부의 공간도 개성이 많았다. 글쎄, 여기서 실제로 산다고 하면 불편해서 1년 이상은 못 살 것 같지만. 효율성보다는 지극히 심미성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카사 밀라 옥상
이곳 옥상도 구엘 저택과 유사하게 환기구들이 특이한 모양이었다. 또 특이했던 건 어딘가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얼굴이 언뜻언뜻 보였다는 것.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곳곳에 있었다. 저택에 이어 카사 밀라까지 발길도 시선도 잘 닿지 않는 옥상까지 화려하게 구성해놓은 걸 보며 가우디에게 과연 옥상은 어떤 장소처럼 여겨졌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카사 밀라 전시 공간
"아~ 이렇게 생겼네."
4층은 전시공간으로 카사 밀라 외에도 가우디의 건축과 관련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각 건물들의 외관, 그리고 몰랐던 내부 구조까지 자세하게 보도록 되어있었다. 여러 가구들도 함께 전시 되어있었는데, 이는 가우디의 건축 구조가 직선이 아닌 곡선 위주로 이루어진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보니 여기에 맞는 가구까지 제작했었던 사실을 알려주었다.
전반적으로 새롭게 느껴지는 게 많았다. 관광객이 이렇게 많이 오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아파트 같은 곳인 줄 알았던 곳에 전시공간이 있던 것도, 가우디가 가구 제작에 관여를 했었다는 것도.
3) 용의 비늘이 생각나는 건물,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숙소로 향하고 있던 어느 날 밤, 눈길을 사로잡던 건물 하나. 밤길임에도 자기주장이 강했던 카사 바뜨요. 아래서 쏘아 올린 조명에 화려하게 빛나는 외벽이 트레이드마크인 건물이다.
모든 가우디의 건축물이 그랬지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세세하게 들어서였는지 카사 바뜨요에선 유기적인 형태가 담긴 요소들이 유독 더 눈에 띄었다. 계단 손잡이도, 복도에 있는 폭이 좁고 기다란 창문도 창문 손잡이도, 그 어디에도 직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카사 바뜨요 VR 관람
함께 받은 오디오 가이드에는 가구가 놓여있을 때의 VR 화면을 함께 보여주었다. 실제로 볼 수 있었으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과거의 모습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한 손에 기기를 들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 동네방네 휘두르며 다녔다. 생생하게 화면으로 보니 도움은 되었지만, 결국 팔만 아프고 실제로 눈으로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카사 바뜨요 뒤쪽
"문도 특이해."
나가는 입구 한가운데에 생뚱맞게 기둥이라니. 굳이 조금이라도 돌아가게 만드는 기둥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밖에서 보였던 창문의 디자인이 떠오르게 만들던 나가는 문. 이 문을 지나 생각보다 밋밋했던 카사 바뜨요의 뒷면을 보고 나갔다 다시 돌아왔다.
카사 바뜨요 실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복도와 계단마저 곡선 투성이인 실내. 조명이 당연히 있어야 할 이곳조차도 조명이 없었다. 오로지 자연광에 의존하게 되어 있는 구조. 그런데 조명이 있는 듯 환한 게 밤이 되지 않으면 절대 몰랐을 거다. 자연을 얼마나 연구를 했을지 이제는 감탄만 나온다.
카사 바뜨요 옥상
옥상은 앞선 건물들처럼 또 화려했다. 밤을 밝히는 조명 때문에 지저분했다는 말이 첫인상에 더 맞는 말이겠다. 이 옥상에는 아이스크림처럼 생겼던 굴뚝 대신 카사 바뜨요 외관에서 얻었던 용의 비늘 같은 인상의 연장선으로 용을 상징하는 듯한 형상을 띄었다.
카사 바뜨요 내부 계단 면
"이거 봐봐. 물 같아. 앞에 다 대고 움직여봐."
가운데 뻥 뚫린 공간에 빼곡히 붙어있는 파란색 타일들. 그 앞의 난간으로 언뜻 보이는 모습이 무언가 일렁이는 듯했다. 앞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움직여보니 정말 물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난간에서 추락 방지를 위해 설치해 놓은 유리마저 평범하지 않은 그의 건축.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집만 벌써 3곳 째인데 모두 다른 개성의 건축물들. 한 곳 한 곳 관람할 때마다 점점 가우디에 대해 알아가는 듯했다.
4) 바르셀로나를 다시 와야 할 가장 큰 이유, 사그라다 파밀리아
아직도 한쪽에서는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성당. 지겨워질 만큼 성당을 많이 봤는데도 심장이 두근거렸던 곳이다. 이전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이 성당 이후로는 어떤 성당을 봐도 그저 그랬다고 말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Info.
2026년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우디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 현장에서도 티켓이 판매되고 있지만, 대기 줄이 굉장히 길어 시간 낭비가 싫다면 온라인 예매를 추천한다. (https://sagradafamilia.org/en/) 티켓은 단순 입장표 외에도 오디오 가이드 포함, 가이드 투어 포함, 종탑 포함 등등 다양한 티켓이 판매되고 있어, 개인의 취향에 따라 구매하면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정면 외벽
자잘 자잘하게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디테일들을 가까이 가서 보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형형색색의 타일로 장식하던 가우디 특유의 양식이 색 없이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공항 뺨치는 철저한 짐 검사를 거치고 힘들게 들어온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에 들어선 순간 느낀 그 황홀함은 잊을 수 없다. 웅장함에서 오는 압도적인 느낌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 기분. 엄청난 층고에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백색의 구조물로 비치는 다채로운 빛깔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으며 접목시켜 온 가우디의 내공을 드러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층고가 높아지면서 창을 크게 낼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발전한 스테인드글라스의 효과를 가장 잘 이용한 것 같았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정신이 팔려 곁에서 소리가 들리는지도 몰랐다. 예뻤다. 어떤 말로 더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예쁨의 끝을 본 것 같아 이 말보다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테인드글라스
"종탑은 못 올라간대. 이유는 모르겠는데 취소됐다는데. 나중에 환불해준대."
어떤 성당이든 옥상은 전망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입장표를 구매할 때 종탑까지 포함해서 샀는데, 당일에 올라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실내를 보니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지만, 갈 수 없다는데 어쩌겠나. 아쉬운 마음을 애써 누르면서 내부를 더 자세히 둘러봤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뒤편 외벽
발걸음을 계속 붙잡던 실내를 지나 뒤편으로 나왔다. 정면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듯했다. 입구 쪽은 예수의 탄생, 이쪽은 예수의 수난을 그린 모습이라는데, 어떤 이유로 이런 스토리를 담았을지 궁금했다.
"여긴 아직 멀은 거 같지?"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한 정면의 모습과는 완전 다른 양식을 사용해서였을까, 밋밋한 것이 90% 이상 미완성된 것 같았다. 얼핏 듣기로는 사후에 이 조각들을 담당한 조각가가 자기만의 세계를 멋대로 펼친 것으로 아는데, 만약 얘기가 된 부분이 아니라면, 다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 아닌지. 유기적인 곡선 위주로 자연의 느낌이 강하게 나타나는 가우디에게 내미는 도전장 혹은 반대로 자연과 인공적인 것의 만남. 과연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게 했다.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던 곳에 성당 하나 때문에 먼길을 온 다고 말하는 게 말이나 되나. 상상치도 못했다. 지금부터 완공됐을 때까지 생길 10개의 탑 때문에 그 변화가 궁금해 완공 후의 모습을 꼭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만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또다시 2026년 완공이 불분명해졌다고 하지만, 언젠가 완공이 된다면, 이후 바르셀로나를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5) 돈을 내고 입장하는 공원, 구엘 공원
"8시 전에 가야 한다고 했지? 일찍 일어나서 가야겠네."
유럽의 관광지는 무료입장 시간이 주기적으로 있는 곳이 적지 않게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노리고 오는 수많은 관광객 때문에 입장이 쉽지 않고, 설령 입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짧은 관람 시간 때문에 제대로 된 관람도 쉽지 않다. 그래서 애매한 관광보단 제대로 된 관광을 위해 모두 유료로 입장을 했던 우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료입장을 노리고 새벽같이 일어나 공원에 가 아침을 먹기로 했다.
직접 갈 때까지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는 공원의 무료입장.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무료입장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 공원에 8시 내에 입성했다. 들어와서도 과연 우리가 유료 입장 공간에 들어온 것인지 물음표만 가득했다.
구엘 공원 카멜레온
"맞겠지. 일단 구경하자."
계단 가운데에 있는 카멜레온 조각을 보니 가우디의 작품 속에 온 것이 실감 났다. 아직 오픈 전이라 그런지 분수대 역할은 하고 있지 않았다.
구엘 공원 착시 기둥
"이거네. 꽃보다 할배에 나온 게."
이젠 세월이 흘러 한참 전의 방송이지만, 재방송으로 나름 최근에 보고 갔던 꽃보다할배. 우리가 곧 갈 곳이라며 주의 깊게 봐서 그런지, 구엘 공원의 여러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별생각 없이 지나갈 법한 천장의 모자이크까지.
소리가 더 잘 울리는 구조로 설계되어있다는 것도, 아마 그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다. 위의 타일들이 멀리서 봤을 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구엘 공원 내 파도 형상 터널
파도를 형상화했다는 긴 터널. 햇빛을 피할 이 공간마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왔다는 게 대단했다. 그것도 모두 공원을 공사하면서 나온 돌만으로 이 모양을 만들었다니. 심미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제대로 잡았다.
구엘 공원 벤치에서
가우디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담긴 벤치 앞은 아주 넓은 공터였다. 뻥 뚫린 공간에 뒤로는 푸른 나무가 보이니 평화롭게 앉아서 먹기 딱 좋은 곳이었다.
"아침에 이런 곳 와서 먹는 것도 좋네."
전날 마트에서 구매한 샌드위치와 각종 주스, 커피를 먹었다. 이상하게도 해외에선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면 기분이 좋다. 힘들었던 게 싹 내려가는 기분. 국내에서는 나갈 생각만 해도 귀찮은데 집 밖에만 나오면 꼭 그렇다.
구엘 공원
공원은 생각보다도 더 넓었다. 뻥 뚫린 느낌이 아니라서 걷는 내내 새롭게 등장하는 공원의 모습 때문에 양파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독특한 구조물의 뚫린 터널이 또 등장했고, 여기서는 돌로 만든 의자도 있었다. 그늘 아래 걷고 쉬고 친자연적인 환경의 구엘 공원. 여유만 있다면 시원하게 산책하기는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난간처럼 길게 늘어져 있던 구엘공원의 특색 있는 벤치 말고는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았고 복잡한 구조에 출구를 향해 걸어가며 대충 보다 나왔다. 유료 입장과 무료입장에 대한 수많은 의문만을 안은 채.
"완전 가우디 때문에 먹고 사네."
"그니까! 나도 가우디 때문에 다시 오고 싶은데."
바르셀로나 곳곳에 놓여있는 가우디의 건축들을 비롯해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관광을 업으로 삼고 있는 도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그가 시민들에게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가우디라는 인물을 그대로 드러내면 그저 규모가 큰 도시에 불과한 것처럼 보여 매력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역시도 가우디 건축을 따라 구경을 하고 바르셀로나에 관광객이 많은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가우디의 발자취를 따라 밟다가 반감을 갖고 있던 도시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