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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올림픽과 함께하는 곳

도시와 자연의 매력이 공존하는 도시, 로잔

by 녕로그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전세계인이 모이는 축제, 올림픽. 평소엔 스포츠라고는 관심도 없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을 갖고 각종 경기를 보는 사람으로서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2년에 한번, 나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도시'라는 말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올림픽이 끝나지 않는 도시, 로잔

올림픽 도시. 이 단어를 보고 처음 떠오른 것은, 올림픽이 개최장소였다. 다시 말해, 2년에 한번씩 매번 바뀌는 곳이고, 또, 특정 해를 떠오르게 하는 추억회상의 발단과 같은 느낌이었다.


로잔은 IOC가 올림픽의 도시라고 지정한 곳이다. IOC 본부가 있으며, 상당히 많은 수의 국제 스포츠 협회가 있는 도시란다. 도시 곳곳에서 올림픽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수식어 자체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면 더 흥미로워지는, 다채로운 매력의 도시다.


로잔 기차역


'올림픽'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기차역부터 오륜기가 있다. 이름도 Lausanne Capitale Olympique. 올림픽의 수도, 로잔이다. 이 도시가 얼마나 올림픽에 뜻이 깊은지 단번에 느껴졌다.


로잔 시내


"한국 어디있지?"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도 곳곳이 모두 올림픽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저 스포츠인들은 어떤 의미일지 모르지만, 이곳에도, 벽에 걸려 있는 판넬에도 모두 여러 나라가 함께한다. 수많은 국기 중에 대한민국 국기를 찾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애국심 때문인지 수많은 국기 중 눈에 딱 띄는 것이, 독특하면서 예쁜 태극 문양이 언제나 반갑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올림픽 시계


2호선 지하철 종점 Ouchy-Olympique역 앞에 내리면, 올림픽 시계가 있다. 매 올림픽마다 바뀌니 이를 보는것도 하나의 재미다. 평범한 공원에 놓인 이 시계는 이곳마저 상징적인 곳처럼 보이게 했다.


때는 2019년. 도쿄 올림픽이 약 1년 남았을 시기였다. 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시계는 흘러가고 있었다. 코로나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도, 생각지도 못했을 때. 이 시계는 앞으로 전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고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395일 2시간 19분 9초가 남았던 그 때 그 순간. 이후 도쿄 올림픽은 1년이 미루어졌으니, 역사상 처음으로 한차례 바뀐 특별한 시계를 찍은 셈이라 하겠다.



올림픽의 모든 것이 담긴, 올림픽 박물관

박물관 외부 계단


박물관은 올라가는 계단부터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입구로 가는 길엔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미 놓여진 돌에 어떻게 문구를 새겨넣을지, 계속 개최되고 있는 올림픽의 갯수가 누적되어 이 계단의 수를 초과했을 때는 어떤 형태로 기록을 할지, 몇가지 의문을 자아냈다.


그렇게 올라가면서 발견한 두 개의 반가운 계단. 이 작은 땅에서 벌써 두번이나 올림픽이 개최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호돌이와 수호랑


호돌이와 수호랑도 자리하고 있다. 상당한 역사를 갖고 있는 올림픽인 만큼 초기의 모습부터 변화를 함께 보는 것도 재미고, 각 나라의 문화를 떠올리며 각각의 올림픽 마스코트, 메달 등의 디자인을 둘러보는 것 역시도 하나의 즐기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물건을 찾는 재미로 둘러봤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자료화면으로만 봐온지라 직접 실물을 보는 게 흥미로웠고, 2018년 평창올림픽은 가장 최근에 개최됐던 것이자 자국이 개최국이었기에 반가움이 상당했다. 사실 이런 의미가 있지 않아도,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은 언제나 새롭고 크게 와닿았을 것이다.


올림픽 박물관


생각보다도 박물관은 더 다채롭게 꾸며져있었다. 2년에 한번씩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어야하는 이곳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 포디움에도 올라서도 보고, 기억을 촉발시키기 좋은 큰 이벤트인만큼 그 시절 이야기를 엄마와 함께 되짚어가며 감상하기 좋았다.



잔잔한 아름다움을 가진 제네바 호수

스위스는 선호하는 여행지 스타일에 따라 선택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매력이 공존한다. 로잔은 그 중에서 도시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까지 갖춘 곳이다.


바로, 제네바 호수때문. 규모가 상당히 커 이름은 제네바지만, 로잔에서 보는 호수다. 건너편은 프랑스령.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인 스위스가 언제나 자랑하는 바다 같은 호수 중 하나다,


제네바 호수


침부터 걷기 좋은 곳. 인적도 드문 이 호수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잔잔한 파동만이 흐르는 이곳은 둘만의 시간을 갖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호수를 마주보고 앉아있기에.


제네바 호수


스위스에서 바라보는 안개 속의 프랑스. 아침이라 그런지 유독 짙게 낀 안개 덕에 이곳의 분위기가 더욱 살았다. 홀로 남겨진 듯한 이 느낌에 그윽한 시각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고요함이 배로 몰려오는 듯 했다.


"부우우웅----"

고요함을 뚫고 어디선가 뱃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안개 속을 뚫고 나오는 배가 유난히 반가워, 사람을 가득 싣고 오는 배를 한참 구경했다. 점점 가까이 오는 배를 향해 괜히 손 한번씩 흔들기도 하고.


제네바 호수 유람선


이 호수는 배가 많이 정박해 있어 유난히 이색적으로 보였다. 어쩌면 스위스에선 흔한 풍경일 거다. 호수의 규모가 커 다른 지역으로 편리하게 옮겨다니기 위한 이들의 이동수단이니까. 바다가 아니지만 규모가 커 파동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큰 배까지 다니니 정말 바다라 속여도 믿겠다 싶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머릿속의 '호수'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깨주었다.



전반적으로 로잔에서 머문 기간은 짧기도 하고, 그만큼 경험한 것도 적다. 하지만, 시내 전체가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확실하게 느꼈다. 하루 남짓 보아도 발걸음이 닿는 곳곳에서 올림픽 컨셉을 명확하게 보았다. 로잔의 여행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 대화보단 내적으로 보고 감상하고, 추억을 회상하는, 잔잔한 느낌이었다. 앞으로 약 20년 정도 흐른 시점에 다시 한번 올림픽 박물관에 방문해 지난 추억을 회상하고, 그 사이에 업데이트가 된 것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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