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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Dec 03. 2020

11. 나는 매일 웃고 있는가?

why so serious?  화난 거 아니에요

각기 다른 분야에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10명의 사람이 모여 매일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함께 해온 친구, 대학 친구,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이 모였습니다.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써 내려가는 답변들을 읽는 시간이 너무나 신납니다. 미지의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10여 년 가까이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의 새로운 면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아가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10명이 써 내려갈 101일간의 여행기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매우 설렙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여정이 되기를.



나는 무섭게 생겼다는 소리를 아주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랐다. 방금 무표정으로 거울을 보니 퉁명스러워 보인다. 사납게 생긴 얼굴 덕에 쓸데없는 시비에 휘말린 적 없었으며,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면 상대방이 움찔하는 인상파. 그래서인지 더 잘 웃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화를 내는 게 아닌데 그렇게 보일 때가 있으니 기왕이면 웃어보자는 마인드로. 타고난 얼굴이 웃는 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직장에서는 원치 않아도 웃어야 할 때가 꽤 많았다. 웃으며 말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었다. 물론 그 웃음의 30% 정도만이 진실이었을 것이다. 사회 초년생 때보다는 아니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웃음을 지으며 살고 있다. 내가 정해놓은 선을 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거짓 웃음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아주 교묘한 30%짜리 웃음을 지어 보일 것이다.


하루를 곱씹어보면 거짓 웃음보다는 순도 100%짜리 웃음의 비중이 더 크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사실 옆에 있는 사람이 좋으면 별 거 아닌 말이나 행동에도 잘 웃는 것 같다. 동생은 나의 1호 개그맨이고 엄마와 대화를 하거나 장난을 칠 때도 배꼽 빠지게 웃는다. 연애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노잼 개그를 해도 그 말에 정색하며 핀잔주다가도 결국에는 웃어버리는. 더군다나 나는 웃음 허들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주변에서 그런 개그에 웃어주면 안 된다는 핀잔도 종종 듣는다. 나 자신도 아재 개그를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 이쯤에서 내가 좋아하는 개그 하나를 살포시 두고 가겠다. '경찰관이 가장 많은 혈액형은?' B형 B형~~~~~ 삐용삐용


전시 보고 나오는 길 기분이 좋아 나온 찐웃음이다. 사실 사진 찍어준다고 해서 살짝 가식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어찌 됐든 매일 웃고 지낸다. 하루도 웃지 않고 보냈던 날이 있었던가. 아주 슬픈 날에도 잠깐은 웃었던 것 같다. 삶은 1 아니면 0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날에도 위로의 말이나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들로 웃고 마는 것이 삶이다. 하루쯤은 웃지 않고 살아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세상은 웃을 일보다 화나고 슬픈 일들이 더 자주 일어나니까.


어떤 시기마다 웃음을 환기시키는 순간들이 있다. 동생이 성대모사를 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던 때다. 아니면 엄마를 신나게 놀리던 때. 고양이와 신나게 달리기 할 때.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떠올릴 때. 사랑하는 사람의 등 위에 올라타 이곳저곳을 깨물며 괴롭힐 때. 친구들과 네거티브 이상형 월드컵을 하던 순간들. 5060의 말투로 대화를 나누며 낄낄거렸던 때. 언피씨한 상황이 많은 것 같아 조금 반성하게 된다. 사실 그렇게 언씨피한 것도 아니니까 지금처럼 마음껏 웃어도 될 거 같기는 하다.


나는 30년을 매일을 웃고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타고나기를 시답잖은 이야기를 내뱉고 거기서 웃음을 기필코 찾아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납게 생긴 오줄없는 사람이다.("주책없고 사리의 분별력이 없다"는 뜻으로 말할 때에 경상도에서 쓰는 말이다.) 나는 이미 매일 웃고 사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들을 웃겨주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겠다.(사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고 있다.) 방금도 친구와 채팅하다 웃기단 말을 들었으니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말에도 웃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조심스레 아재 개그를 하나 더 투척한다.

사자가 항상 숙제를 안 하는 이유는? 밀림의 제왕이니까.


덧붙여, 친구가 이 글을 보고 선물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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