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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Jan 05. 2021

22. 같이 걸을 동행이 있는가

나의 작은 우주를 팽창시키는 9명의 동행


101x10모임은 10명의 사람들이 매일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2주마다 줌으로 서로의 답변을 읽으며 느꼈던 점을 말하는 수다타임도 가지고 있다. 10명이 모였으니 질문 10개마다 1개씩 답변을  브런치에 연재하기로 했다. 이번 주의 질문은 바로 '같이 걸을 동행이 있는가'였다. 답변의 일부를 발췌해본다.


101 모임도 나에게는 일종의 동행이다. 혼자서 시작했더라도 질문의 답을 어찌어찌 써내려 갔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행위에 임하고 있다. 혼자였다면 귀찮음과 피곤함이 나를 덮칠 때 답변을 미루고야 말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의 삶과 생각을 엿보는 것도 큰 재미이자 깨달음의 순간들이다. 나의 작은 생각들이 여러 갈래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 것의 힘이다.


이 답변을 보고 구성원들은 브런치 연재 편에 우리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풀어내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남겨주었다.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워낙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니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 101모임이다. 내 생각보다는 의원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다 보니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들 넷 정도로 시작하려고 했다. 모임 취지를 들은 지인들이 자신의 지인들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하더니 10명이 모인 것이다. 기자, 대학원생, 취준생, 공무원, 비평가, 학생, 회사원 등 하는 일은 다 제각각이다. 그만큼 하나의 질문에 다양한 생각들이 모인다.



모임명 투표의 현장


네이버 비공개 카페에서 답변을 달고 있는데 우리는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실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분들도 있는데 올라온 답변을 종합해 어떤 사람일까 유추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닉네임도 다양하다. 꽁치, 북극곰, 신사동아구찜, 효로 등등. 재키님과 소피님은 새로 합류하신 분들인데 줌 회의 때 종종 헷갈리기도 한다.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답변들을 보며 그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 콜럼버스가 된 기분이다. 


같이 걸을 동행이 있냐는 질문에 나는 자신 있게 101 모임도 나에게는 동행이라고 답했다. 혼자였으면 아마 대답하고 싶은 질문만 골라서 답하거나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포기해버렸을지 모르겠다. 모임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책임감이 어떻게든 답변을 쓰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내 답변을 공유함으로써 타인의 답변도 볼 수 있다는 대원칙에 입각해 나와 다른 생각을 엿보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점이 더 큰 원동력이다. 브런치 매거진에 차곡차곡 글이 쌓일 때마다 쌀 가마니가 쌓이는 듯한 배부름은 덤이다.


헤더 사진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답변을 쓰면서 막히는 지점이 한 번은 발생한다. 이 질문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나가야 하나, 와 같은. 그럴 때는 다른 구성원들이 쓴 답변들을 쓱 읽어본다. '어,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혹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or 이렇게 표현하다니' 같은 감상들이 1차적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나도 곧 생각의 물꼬를 트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을 경험과 배움이다. 


어떤 답변들은 짧은 수필을 읽는 것 같기도,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결의 답변이여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니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효로님은 공대 대학원생답게 과학 상식을 곁들이는데 뼛속까지 문과인 인간은 신기할 따름이다. 고등학교 후배이지만 그녀의 글을 보는 건 처음이라 새롭고 색다르다.

졍진님은 담담하게 표현하시는걸 기가 막히게 잘하신다. 본가와 관련된 담은 답변을 종종 올려주시는데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신사동아구찜님은 대학 선배인데 원래도 글을 맛깔나게 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요즘 모임을 통해 더욱 감탄하고 있다. 솔직담백한데 맛있는 글을 쓰는 사람.

꽁치님은 나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인생에서 가장 가깝고 친한 친구다. 나는 친구의 글을 눈 내리는 겨울이 떠오르는 글이라 말한 적이 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고 그 풍경을 통나무집 같은데서 바라보고 있는 그런 느낌. 겨울이지만 따뜻한 글을 써 내려간다.

100Qri님은 직장인의 비애와 남자 친구와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공유해주시곤 하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hena님의 글은 일본 소설이 떠오른다. 어려운 질문들을 본인만의 방식대로 규정하는 힘이 있는 글을 남겨주시는데, 해나님.... 얼른 다른 답변들도, 브런치 글들도 올려주세요. 해나님 글들이 더 궁금하단 말이에요.

조유진님은 간결하고 담담하게, 솔직한 답변을 남겨주시는데 글을 짧게 못쓰는 나는 참 부러운 글쓰기 재능이다. 


새로 합류한 나띵님과 소피님은 답변이 조금 쌓인 뒤 소회를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줌 회의에서 먼가 어색한 듯 쑥스러운 듯 조곤조곤하게 말하시는 장면들이 기억난다. 귀여우셔라. 앞으로 올릴 답변들이 또다시 기대되는 지점이다. 질문 50개에 답변하는 때에 오프라인에서 함께 모이기로 했는데 코로나 놈 때문에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각자에게 어울릴 것 같은 꽃을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말이다.


9명의 답변들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는 것을, 동시에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산다는 것을 느낀다. 전자일 때는 엔돌핀이 돌고 후자일 때는 위안을 얻는다. 줌 회의에서 좀 더 깊은 이야기로 진전되거나 가지를 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무언가를 배워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101개 질문에 모두 답하게 된다면, (기필코 그럴 것이지만) 내가 마지막 문장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함께 해주는 9명의 동행 덕일 것이다. 


그리 넓지 않은 사고와 비루한 글쓰기 실력이 부끄럽지만 그대들 덕에 나의 작은 우주는 날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101일간의 여정이 반절이 지났는데요. 나와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101일이 지나도 우리 다른 형태로 종종 함께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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