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방인이 되어 버린 자
‘선생님, 선생님은 항상 남 탓 하는 거 알죠?’
면접에서 출근길이 버스로 50분 걸린다는 얘기에 과장은 나를 직원으로 뽑지 않았다.
확정된 다른 사람이 다시 자신의 예전 병원으로 돌아가고서야 다시 내가 직원이 될 수 있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인 만큼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거리가 멀어 처음 떨어진 게 마음에 걸려 직원들 중 제일 먼저 도착해 원무과의 모든 PC 전원을 켜 놓고
프로그램 세팅을 맞춰놓고, 초진인 환자들이 쓸 접수증을 꺼내 놓고 체온계를 꺼내 놓았다.
그 다음 예약한 환자들을 접수실에 접수시키고,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던 열 명이 넘는 환자들을 접수하고
아픈 곳을 문진하며 부위에 맞는 원장님의 진료실로 접수하는 것도
모두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불평 없이, 늦게 오는 일 없이 원무과의 막내로서 혼자 해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고 내가 스스로 하는 일이었지만 사실은 가끔 버거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 일이라 생각하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신은 내 편이 아니다.
1년 9개월의 근무 기간 중 1년 3개월 동안 나는 이방인이었다.
5년 넘게 근무하고 독서실 창업한다며 퇴사했다가 보기 좋게 망하고 다시 돌아온 선임 덕분이었다.
반 년 넘게 근무해 온 내 직장이 다시 남의 직장이 되었다.
직원들 모두가 선임을 반겼다. 환자들마저 잘 왔다며 영웅처럼 반겼다. 꼭 연예인과 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선임과 5년 동안 같이 일했던 대리도 고민 없이 나를 버렸다.
선임은 반 년 동안 일해 온 내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일하던 방식으로 나를 바꾸려고 했다.
5년 전 자신이 퇴사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렸다.
나는 한 마디도 못하고 선임의 방식대로 따랐으나 선임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마 애교 없는 무뚝뚝함에 먼저 말도 붙이지 못하는 내 성격이 나를 또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리라.
결국 금이 가 있던 우리 사이가 기어이 깨지고야 말았다.
선임은 자신이 듣지 못한 말에 생긴 자신의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렸고 도장을 던지고 의자를 던졌다.
그런 선임에게 익숙해졌고 또 이미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던 나는
미련 없이 일어나 과장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 퇴사를 고했다.
‘잘한 건 자기 덕분이지만 잘못한 건 다 내 탓으로 돌린다’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선임은 정말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일일이 적는 게, 다시 기억하는 게 머리가 아파질 만큼.
과장은 말리지 못했다. 입사 2년도 안 된 내가 입사 때보다 20kg 빠진 모습이 그 증거였으니
선임이 온 뒤부터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식욕이 저하되어 밥을 아예 먹지 못했고
조금이라도 먹으면 위가 뒤틀려 먹기를 포기했다.
그나마 마시는 음료로나마 겨우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뜻밖의 다이어트 효과를 보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되나?
대신 나는 속담배를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