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두 번째 병원으로
‘지금 직장 다니고 있어? 여기 병원으로 올래?’
볼펜은 오전에 던졌으니 오후 시간 내내 할 일이 없었다.
한참 무료하게 컴퓨터 화면만 보던 내게 댓글 사진을 보내 줬던 그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도 병원을 옮겼는데 마침 원무과 자리가 났다며, 전병원이랑 똑같은 의료 프로그램을 쓰고 있고
카드 단말기도 똑같고 무엇보다 자신이 있으니 적응에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다며 나를 설득했다.
아 그 병원에 지금 자기가 같이 일할 사람이 없구나, 그러니 나에게 연락이 온 거구나
속내가 뻔히 보였음에도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6월 마지막 날부터 11월 초까지
나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초라한 백수의 시절을 이제 그만 끝내고 싶었다.
일자리가 없어 놀아야 하는 백수의 기분은 정말이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친구들을 만나도 돈 걱정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존심과 자존감이 많이 하락하는 기분이었다.
5개월이면 충분히 쉬었지.
이제 직장을 다시 다녀야 할 순간이다.
그렇게 스물 다섯을 한 달 앞둔 스물 네 살의 두 번째 병원 원무과 생활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