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전에서 던져진 볼펜

7. 2주 동안의 알바

by Alice Min

‘네 됐어요. 그렇게 하세요.’


안타깝게도 그 직장은 딱 2주 다녔다.


처음 입사하고 일주일은 정말 단어 그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입사한 부서에는 학교 선배 두 명이 있었는데

내게 일을 가르쳐 줄 선배는 지금 휴가 중이어서 내게 일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던 게 이유였다.

웹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오픈된 공간인 지라 괜히 눈치가 보여 그나마도 제대로 시간을 때우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그 시간 동안 졸기까지 했다.

당시 지인들에게 이 얘길 했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데 졸리지 그럼’

이라고 얘길 했을 정도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바쁜 선임들을 대신해 문의 전화를 대신 받아 어느 병원인 지 적어놓고 선임에게 쪽지를 전하는 일 뿐이었다.

프로그램 매뉴얼을 보면서 예습으로 미리 익혀두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실전으로 일을 배워야 하는 사람이었다.



무료했던 일주일이 지나 드디어 일을 가르쳐 줄 선배가 왔다.

학과 후배로서 반가웠고,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반가웠던 나는 바로 인사를 했지만

인사를 받은 선배는 딱히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였다.

뭐랄까 할 일이 하나 더 생겨서 귀찮은 그런 눈빛


일주일 동안 이미 다 읽어서 이론적으로는 외울 지경이었던 매뉴얼 책을 3일 동안 다시 읽어주고는

나흘 째 되는 날에는 내게 한 번 해 보라고 시켰다.

당연히 읽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달랐으므로 나는 해내지 못했고

선배는 내게 볼펜을 던지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그 다음 날 출근하자 마자 사장에게 찾아가 나는 2주 동안의 일을 말한 뒤 퇴사를 고했다


직장이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 공간에서 나는 한 가지 얻은 게 있었다.


이곳은 점심이 따로 제공되지 않기에 도시락을 싸 가지고 와야 했는데

어머니의 도시락이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는 것.

이걸 싸느라 비록 어머니의 아침은 2주 동안 많이 바빴지만

그래도 나는 그 2주 동안 이 도시락 먹을 생각에 하루 9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내 부서 사람들도 나를 챙기지 않았는데 옆 부서의 과장님이 먼저 밥 같이 먹으러 나가자 하셨던 것도

볼펜은 던졌지만 유일하게 배운 프로그램 설치 방법이 헷갈릴 때 물어보면 대답해 주던 선배의 그 잠깐의 순간도


나는 내게도 후임이 생긴다면 절대 내 선배들처럼 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