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만 낫는다는 병

16. 살아가야 할 이유

by Alice Min

‘3개월 할부로 해 주세요.’


아이패드를 샀다.


그래야만 3개월 동안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름 모아 놓은 돈은 다시 적금에 묶여 사실상 모아 놓은 돈도 없는 상태였기에

남자친구 강 군의 신용카드를 빌려 구입한 한심한 아이패드였다.


이제 3개월 동안 강 군에게 할부로 30만 원씩 보내야 한다.

2년 전 마음대로 고가의 반지를 어머니의 돈으로 구입해서

3개월 동안 30만 원씩 어머니 통장에 입금했던 것처럼

이제는 남자친구의 통장으로 돈을 갚아야 했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3월의 마지막 날 나는 벚꽃 같은 색상의 아이패드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 동안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할, 이 직장을 다녀야만 할 이유도 같이 갖게 되었다.


3개월은 나를 살게 해 줄 공기 같은 너를 만났다


다시 말하자면 3개월 동안 나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되었고

확실한 다른 직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병원을 그만 둘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