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Epilogue - 벚꽃길만 걸어요 우리
‘사실 평생 직장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두 번째 병원에서 선임 때문에 만신창이로 퇴사를 고하고 바로 구직활동을 하는 내게 아버지가 조언을 해 주셨다.
당분간 일을 쉬면서 그동안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고 그 시간 속에서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 반성도 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두 가지의 이유로 납득할 수 없었다.
첫 번째는 적금 납기일이 이제 20일 밖에 남지 않았다. 퇴직금으로는 생활비 빼고 겨우 두 달 막을 비용이었다.
또 하나는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잘하고 있어, 나는 열심히 했어, 근데 저 사람들이 자꾸 나를 못 살게 구는 거야’
아버지가 보기에도 나는 피해의식에 완전히 잡혀 있었다.
세 번째 퇴사를 결정했을 때 이번에는 강하게 말씀하셨다.
‘일 쉰다고 어떻게 되는 것 아니니 당장 일 구하지 말고 쉬면서 너의 지난 직장 생활을 돌아봐라’
결국 퇴사 자체는 보류되었지만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나의 지난 직장 생활을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지인들만 알고 있었던 나의 비밀들, 이랬었다 저랬었다 떠들 수 있는 그 시간들도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나름 감사한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 시간들을 겪어 봐야 정말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항상 불평만 한다고 하셨는데 글을 쓰면서 되돌아 본 내 직장 생활은 정말 그랬었다.
아동 병원에서의 시간, 어쩌면 더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했다면 맘카페에 올라오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정형외과에서의 시간, 내가 먼저 선임에게 다가갔더라면, 내가 먼저 심사 청구 일을 가르쳐 달라고 싹싹하게 굴었더라면
그 선임이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직원 K와의 갈등, 내가 많이 아팠을 때 그래도 먼저 나를 챙겨주고 원장님께 말해 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해 준 사람이었다.
이런 기억들이 있어 준 덕분에 K 직원과의 갈등도 그나마 빨리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마 세 번째 직장도 퇴사를 고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곳에 오래 있을 순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꿈은 어린 나이에 평생 직장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실감하게 된다. 평생 직장이라는 건 사실 없다는 것을.
극도의 우울함에 시달리던 나를 위로해 준 것은 봄의 피어나는 벚꽃이었다.
출근길의 무거운 발걸음을 벚꽃을 보러 간다는 구실로 어렵게 뗐다.
이제는 예쁜 벚꽃이 봄비로 인해 다 떨어져 길가에는 벚꽃길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다시 걸어서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나도
벚꽃길만 걸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