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첫 대학병원 진료자
‘얘 얼른 근무 좀 바꿔 줘. 검사 결과 진짜 심각해 얘 몸 상태’
내가 불명열 이라는 진단을 받는데는 맘카페 글만 협조한 게 아니다.
아동 병원 원무과 직원은 나를 포함해 6명인데 2교대로 일했다.
7시부터 15시까지, 15시부터 22시까지, 이렇게 2교대 근무였다. (이하 데이, 이브닝)
근무표를 짜는 팀장은 자신과 친한 직원들에게만 데이 근무를 주었고 나는 늘 거의 이브닝 근무였다.
과장에게 근무표를 제출해야 했기에 명목상으로만 일주일에 한 번 데이 근무를 주었고
그나마도 전날 연락이 와서 자신에게 큰일이 있으니 근무를 바꿔 달라고 했다.
순진한 스물 세 살의 직원은 그걸 또 다 바꿔 주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이고 나는 집순이라 집에만 있으니 바꿔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호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이 듀티 어플에 이브닝을 상징하는 네이비가 가득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제 나도 바꿔주지 않겠다고 속으로만 다짐하고 말이다.
열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었다.
내과도 같이 운영했던 이 병원에서 진행한 피 검사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았고
행정실 심사 선생님이 대표 원장에게 직접 대학 병원으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진료를 위해 서둘러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데이 근무자 세 명 중 누구도 근무를 바꿔 달라는 내 얘기를 들은 척도 안 했다.
예약을 해 주려던 심사 선생님은 내 카톡 답장을 기다리다 화가 나 원무과로 나와 말했다.
‘얘 몸 상태 진짜 안 좋아. 얼른 근무 좀 바꿔 줘. 예약 잡게.’
내가 말할 땐 바쁜 척, 못 들은 척 하던 팀장이 그제서야 저장된 근무표 파일을 열어 자신과 바꿨다.
가족 중 내가 대학 병원 진료 첫 타자였다.
같이 갔던 아버지가 ‘네가 날 모시고 와야지, 내가 널 모시고 여길 오는 게 말이 되냐?’ 라고 말씀하실 만큼
우리 부모님은 건강했고 나는 점점 먹는 약이 많아져갔다.
어머니는 나는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왜 성인이 되어서 그렇게 아프냐고 비탄하셨을 정도다.
대학 병원에서도 피 검사를 진행하고 1주 뒤 결과를 들으러 갔지만 여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빈손으로 들어가 나올 때는 60일 분의 뚱뚱한 약 봉투를 들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