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소심하지만 대범한 복수를 위해
‘다들 정신병이야 정신과 진료 받아야 해’
진료 시작 30분 전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잠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우리에게 원장님이 지나가면서 건네신 말씀이다.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있던 직원 세 명은 핸드폰이 없으면 안 되는 정신병 걸린 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말 덕분에 다시 한 번 퇴사 결심을 했다.
벌써 네 번째다. 퇴사를 하겠노라고 과장에게 고하는 것이.
과장 말대로 원장님들이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다면 나를 이렇게 대우할 수가 없다.
대우 라고는 했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사실 없다. 아무것도.
그저 말이라고, 정말 말이라도, 같이 일하는 자기 직원만큼은 지켜 줬으면 하는 마음 하나?
아무 쓸모가 없다며, 준비하라 했더니 뭘 한 거냐며, 매일 하는 일조차 못하냐며…
특히나 내가 담당하는 원장님은 소리 지르기와 환자 앞에서 대놓고 면박 주기를 아주 즐기시는 분이다.
모르겠다. 환자 앞에서 그렇게 자기 직원에게 쪽을 주면 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아니면 그걸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인지
종아리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안고 궂은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왜 죽을 것 같은 곡소리는 앉아 있는 본인이 내는 건지
이 직장의 원년 멤버 Y 직원을 보고 있노라면 진심으로 존경심이 든다.
그는 되려 원장님을 담당하는 내게 존경심이 든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원무과와 방사선과를 같이 하는 실장인데 두 과에서 잘못이 생기면 두 배로 혼나게 되는 직위이다.
그리고 원장님께 큰소리로 혼나기도 자주 있는 그가 어떻게 싫은 소리 한 번 없이 무려 사 년을 다니고 있는 건지
입사 7개월 짜리 인내심 없는 이 직원은 그저 그가 대단하고 존경스럽기만 하다.
오늘도 말도 안 되는 트집 잡기로 한 소리 들은 나는 조용히 사람인 어플을 켜고 다른 직장을 물색한다.
하고 싶었던 일을 구직하고 있는 곳을 발견했다. 이력서라도 내 보는 소심하지만 대범한 복수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