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프리랜서 필라테스 강사의 아침 명상, 글쓰기, 공부
오전 7시 반쯤, 눈뜨자마자 나는 명상을 한다.
너무 졸리니 침대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얼마 전 알게 된 요가 유튜버의 명상 콘텐츠를 재생한다.
아침 명상? 좀 뻔하지 않냐고?
사실, 나도 명상에 대해 꽤 회의적이었다.
방송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마치 정해진 모닝 루틴처럼 각종 유튜브의 브이로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아침 명상.
언젠가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면서 알게 된 동기들과 밥을 먹은 적 있는데 나 빼고 모두 명상을 했다.
명상이 또 "MZ세대"의 유행이 된 건가?
괜히 남들 다 하는 건 안 하고 싶은 나의 꼬인 심리로 인해 그냥 그렇구나 하며 지나쳤었다.
그러나 최근 나는 모닝 루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얼마 전부터 프리랜서 필라테스 강사의 삶을 살게 되었다.
아침 출근도 가끔 하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늦고 약 2시간 출근했다 돌아오는 거라
사실상 저녁 출근까지 나는 아침부터 오후까지의 시간이 매우 여유롭다.
물론 아직 일이 많이 없는 초보 프리랜서라 가능한 이야기지만.
이런 여유로운 아침과 점심을 나는 그저 흘러 보내고 있었다.
사실, 무얼 해야 될지 몰랐다.
아직 강사로서의 삶이 적응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좀 놀라웠다.
난 그 누구보다도 아침 시간을 좋아하고 잘 활용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초등학생부터 나름의 '미라클 모닝'을 진행한 사람이다.
남들을 한 번쯤 한다는 지각도 단 한 번도 한 적 없고
오히려 등교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혼자 아침의 여유를 즐기려 했던 아이였다.
그때부터 나는 여유 없는 아침을 매우 매우 싫어했다.
단 30분이라도 아침에 혼자서 정신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딱히 무언가 많이 한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중학생이 뭘 그렇게 많이 하겠다.
심지어 난 그때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던 학생이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천천히 먹고 입고 갈 옷(초등학생 때) 고르거나
아침방송을 멍하니 볼뿐이었지만 왠지 시간 여유가 없으면 불안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녁보다는 아침형 인간으로 오전 시간대에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었다.
남들이 저녁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할 때 난 오히려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 공부를 했었다.
가능한 그날의 할 일은 점심 전에는 끝내야 마음이 편했다.
그런 아침형 인간인 내가 저녁에 출근하는 삶을 살게 되니 처음에는 막막했다.
무언가 일을 빨리 끝내지 않고는 마음이 계속 불안했기 때문에
저녁 출근 시간 전에는 집에서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무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알 수 없는 긴장 상태로 오전을 보내다 저녁에 출근했다.
게다가 저녁이면 에너지가 급 하강하기 때문에 오전 수업보다는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또한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스스로 시간관리와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겠다 결심한 이상
이렇게 아침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먼저, 아침 명상을 시작했다.
사실 불안, 걱정, 잡생각이 많은 나에게 명상은 누구보다도 필요했다.
집 바로 앞에 큰 건물을 세운다고 무려 6개월 전부터 공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는
나에게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명상이 필요했다.
'뚝딱뚝딱 쿵콰콰쾅 찌이이이잉'
각종 공사 소음이 오전 6시부터 내 귓가를 울린다.
난 절대 이를 이겨내고 푹 잘 수 없는 초예민한 성향이다.
얼마 전 견디다가 구매한 에어팟 프로를 낀다.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를 다시 잠으로 이끌 수 있는 ASMR을 재생시킨다.
다시 잠에 빠져든다.
귀가 먹먹해서 또 일어난다.
7시 반이다. 그래 이제 많이 잤다.
아직 일어나기는 싫어 다시 명상 콘텐츠를 재생하고
수련자의 안내에 따라서 명상의 세계로 다시 빠져든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다시 잠에 빠져들 뻔했지만 간신히 명상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수업 때 사용할 스트레칭을
연습 겸 스스로 해본다.
찌부등한 몸을 나 스스로 풀 수 있다는 사실에 괜히 뿌듯하기도 해 본다.
명상과 스트레칭 탓인지 왠지 오늘 하루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긍정적 회로가 돌아간다.
산뜻한 마음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서 정리한다.(메모는 잘하지 않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최근 프리랜서로 다시 시작한 블로그 원고 업무를 한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금방 금방 2천 자 넘는 원고 몇 건을 작성한다.
그리고 저녁에 사진만 저장해 놓은 개인 블로그 포스팅에 글을 더한다.
알람이 울리면 약을 먹는다.
그렇다 나도 이제 개인적으로 영양제를 챙겨 먹을 나이가 왔다.
아직 큰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당장 일을 못하고 수입이 없어지는
프리랜서의 삶에 뛰어든 이상 건강 관리는 필수이다.
최근 다시 공부도 시작했다.
나는 원래 자격증이나 시험 등 명확한 결과, 목표가 없이 공부가 잘 되지 않는 성향이라
이러한 꾸준한 공부가 꽤 힘들다.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시작이 어디인가.
먼저, 필라테스 강사로 살기 위해 평생 해야 될 해부학 공부.
자격증 취득 후 면접 때만 펼쳤던 책을 다시 열었다.
아직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영어공부.
평생 하지만 매번 제자리인 것 같은 그 지긋지긋한 나와의 싸움
평소 즐겨보던 해외 브이로거들의 영어 표현을 정리하고 쉐도잉을 한다.
아침마다 메일로 전달되었지만 읽지 않았던 영어 뉴스레터들도 읽기 시작했다.
대략 모든 일들을 30분 또는 한 시간 안에 끝내려고 한다.
이런 작은 시간들을 '모닝 루틴'이라는 꾸준함 안에서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제가 진짜 나로 흡수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