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느리게 행동하기

2019년 10월. 스페인 여행에서의 한토막 이야기

by Alice Kim

갑자기 떠나기로 했다.

매번 그랬다. 일상에 지쳤다는 핑계를 대며 여행을 다녀오는 방랑자였다.


신혼여행으로 유럽의 맛을 본게 아쉬웠던 건지 한번 더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다녀왔으니 이번엔 스페인이었다.


주말 부부로 지냈던 남편에게 통보하고, 직장에는 8일간 휴가를 냈다.

공휴일이 이어져있어 사실은 13일의 일정이었다.

10일은 스페인에서 3일은 포르투갈에서 보내는 일정으로 계획을 하고 두달동안 준비했다.



처음 도착한 바르셀로나는 낯설었다.

시차때문에 밤 9시에도 내 몸은 이미 새벽을 달려가고있었다.


1.2유로에 물 500리터를 구매하면서 역시 유럽은 물 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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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바르셀로나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여유가 넘쳤다.

7시간이 느린 스페인에서 나는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기로 했다.

출근시간이었지만 뛰는 사람이 없었고

그들의 표정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날 정도였다.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시간이나 돈이 많지 않았던 20대의 나에게 여행이란건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해외여행은 28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봤다. 홍콩이었다.


어떻게 떠난 여행인줄 아냐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남들이 먹는 것, 남들이 다녀온 곳은 무조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렸고

일출부터 일몰, 야경까지 섭렵했다.

다리는 퉁퉁 붓고 발바닥에는 물집이 몇 개씩 생기곤했다.

그래도 가지 못한관광지에 대한 아쉬움만 커졌다.

사소한 상황에도 짜증이 났고, 일정이 짧아 아쉽다는 말만 반복했다. 여행중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그러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빡빡한 여행일정 속에서도 가끔은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기로 했다.

목이 마르면 생수가 아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타야할 교통편을 놓치더라도 그 다음것을 기분좋게 기다리기로 했다.

야경은 포기했고, 틈틈이 다이어리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여기는 바르셀로나.

7시간이 느린곳이니까..

나는 업무성과를 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온 것이고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에 또 여기 바로셀로나에 와야할 이유가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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