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부족해도 현지 투어/가이드에 참여하는 방법
최근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현지 투어/가이드다. 한국에서 많은 공부를 해서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가이드가 알려주는 정보가 훨씬 더 유용하거나 적절할 때가 많다. 여기에 뻔한 대형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가이드 투어가 아니라, 스스로 디자인하는 자유여행에서 현지 투어를 한 두 가지 선택하여 여행의 다양함을 더한다. 자유여행이라는 장점과 가이드/현지 투어가 주는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으니 인기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영어다. 현지인들이 제공하는 현지 투어는 독특하면서도 다양하다. 그래서 매력적인데, 문제는 그런 투어들은 영어 또는 현지어로 진행한다. 내가 여행할 모든 도시의 현지어를 익히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르나, 그래도 영어는 조금 낫다.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우리나라 교육 과정상, 영어는 현지어보다 그런대로 나아 보인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현지어와 비교해봤을 때 나아 보인다는 거다. 사실 영어를 떠올리면 자신 없을 때가 많고, 알아듣지 못할 때가 더 많으니 영어로 진행하는 현지 투어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독특한 현지 투어에 관심을 두다가 쉽게 포기한다. 현지 투어에서만큼은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언어를 학습할 때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몇 달 뒤, 해외여행인데, 개성 있는 현지 투어를 경험하고 싶다면 일정 기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영어로 진행하는 현지 투어/가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영어의 부담을 더는 방법은 없을까? 아래에 나의 실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레벨로 나누어 정리했다.
미리 말하지만, 아래 방법은 당장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원하는 현지 투어를 최대한 참여하는 방법을 정리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앞으로의 즐거운 여행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 LV0. 나는 영어를 전혀 모른다. OR 영어 단어는 간단하게만 안다. ◀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거나 한두 단어 정도만 안다면, 영어로 진행되는 현지 투어를 참여하기 힘들다. 번역 센스가 좋아졌다는 최근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 한계가 있다. 이럴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자.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를 찾는 것이다. 그 가이드가 한국인일 수도 있지만,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가이드일 수도 있다. 단순히 한국어 가이드를 찾는다고 해서, 대형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를 떠올리지 말자.
(1)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통해 내가 원하는 투어를 진행해 줄 현지 한국인 가이드 찾기.
당신이 적절한 키워드를 제시하면 현지에 사는 한국인 가이드가 현지 정보를 활용하여 코스를 제안할 수 있고, 당신이 직접 준비하는 코스대로 한국인 가이드와 투어를 진행할 수 있다. 즉, 가이드와 사전에 협의하여 당신이 원하는 코스인 "나만의 현지 투어 코스"를 만들어 한국어로 가이딩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대표적인 업체가 마이리얼트립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이 취향과 개성을 더한 독특한 투어를 통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처음 마이리얼트립이 시작될 때, 나는 그 부분이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다. 마이리얼트립에서는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많이 등록되어있었고, 그들은 나름의 개성을 살린 코스 등을 여행자들에게 제안한다. 나는 마이리얼트립에 등록된 KL현지에 사는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내가 원하는 장소로만 이동하며 편리하게 가이드를 받은 적이 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코스는 가이드와 협의할 수 있었다.
(2)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가이드를 찾아보기.
여행하는 도시에 머물 때, 자신이 지내는 게스트하우스(호스텔)/호텔의 직원에게 요청해보자. 원하는 코스를 직접 정한 뒤에, 한국어 가능한 전문 가이드를 소개해달라고 하면, 직원들은 최대한 요청에 맞추어 가이드를 섭외해준다.
나는 2011년 여름과 2012년 겨울에 이집트 카이로에 여행을 떠났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집트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관심이 많았다. TV나 영화로 보던 이집트의 오래된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을 멈출 수 없었다. 나름 이에 관해 영화도 보고 공부도 했지만, 그날 섭외한 전문 가이드가 있었기에, 지금도 가장 즐거운 여행 장소로 카이로가 내 기억에 남을 수 있었다. 2011년에는 고고학 박물관 내에서 바로 영어 가이드를 섭외했고, 2012년에는 이틀 전에 한국어가 가능한 전문 가이드(이집트 사람)를 섭외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전문 가이드를 섭외하는 것은 간단했다. 당시 머물던 호스텔 주인에게 부탁했던 것. 이집트 카이로 시내의 호스텔이나 호텔의 직원에게 부탁하면 쉽게 섭외할 수 있다. 물론, 영어 가이드보다는 한국어 가능 가이드를 섭외하면 섭외비용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돼서 금액이 기억나지 않지만)
p.s. 호텔이나 호스텔의 직원에게 부탁할 때,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미리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나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질문을 영어로 준비하거나 번역기를 통해서 직원에게 보여준다. 이후 가이드를 찾았다면 그 가이드를 통해서 편하게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
◆ 2011년 이집트 카이로 고고학 박물관에서 가이딩 투어를 받았다. http://lovely-days.co.kr/600
(3)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를 찾았다면, 자신의 요구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가이드가 섭외되면 가이드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여행 코스, 비용, 시간 등을 꼼꼼하게 사전에 조율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원래 참여하고 싶었던 현지 투어가 있다고 하자. 하지만 현지어 또는 영어로 진행되어서 부담된다. 이런 경우, 이 코스로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를 미리 가이드에게 알려주면 가이드는 당신에게 맞추어 여행 코스를 준비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 가이드가 섭외될 때, 정확한 요금과 시간 등도 미리 확인하자. 추가될 수 있는 비용이 있다면 어떤 항목으로 추가될 수도 있는지도 사전에 정확하게 알고 가이드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LV1. 나는 간단한 영어 문장 정도는 듣고 말할 줄 안다. ◀
신청한 현지 투어 코스나 가이드 장소나 상황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여 영어로 알아둔다. 이 과정을 통해서 담당 가이드의 설명에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을 준비할 수 있다. 물론 이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담당 가이드의 설명을 100% 다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준비하지 않은 것보다 스스로 대한 걱정도 덜 수 있고, 걱정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알아들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당신의 수고가 필요하다. 짧은 문장이더라도 영어로 말할 수 있다면, 직접 영어로 진행되는 현지 투어에 신청해볼 만하다. 단,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리 수고가 필요하다고...)
예를 들어보자. 베트남 호찌민에서 진행하는 쿠킹클래스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자. 이때 자신이 선택한 쿠킹클래스의 메인 요리가 무엇이 될지는 미리 알고 신청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요리가 어떤 요리인지 여행 떠나기 전 미리 검색해서 공부한다. 그리고 그 요리를 만드는 간단한 순서를 한국어로 미리 익힌 후, 그 과정을 영어단어로 찾아본다. 예를 들어 요리 과정 중에 "큰 냄비에 육수 재료를 넣고 센 불에서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1시간 이상 푹 끓인다."라는 설명이 있다고 하자. 이때, 큰 냄비/ 육수/ 재료/ 센 불/ 끓다/ 약한 불/ 1시간/ 끓인다. 등과 같은 키워드가 될만한 영어단어를 찾아서 미리 알아둔다.
클래스가 아닌, 현지 투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투어하게 될 지역을 미리 알아두어 그와 관련된 정보가 있는 글을 읽으면서 공부해두면 좋다. 그리고 이 지역의 설명 중 자주 반복되는 또는 관련된 용어 등은 영어로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이때 영어 단어의 소리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두면 좋다. 요즘 앱이나 PC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는 영어사전의 경우, 영어단어의 발음까지 친절히 들려준다(그것도 영국식, 미국식까지 구분해서.). 이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쿠킹클래스를 직접 참가했을 때, 셰프로부터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많이 달라진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것은 상당한 수고다. 만약 이 과정이 귀찮다면 LV0의 방법을 선택해도 된다.
▶ LV2. 나는 영어문장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는 이해는 한다. ◀
이 정도 레벨이면 현지 투어를 신청하는데 다른 레벨보다는 부담이 덜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듣기는 잘하는 편이다. 영어로 말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겠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 정도 수준의 영어 실력이면 LV1의 준비과정을 거친 뒤에 현지 투어를 신청하면 대체로 알아듣는다. 단, 쌍방 의소소통이 안될 수 있다. 우리는 영어로 말하는 데 본의 아니게 인색하니까 ^^;
(1) 이럴 때는 번역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영어로 된 현지 투어에 참여했다고 하자. 가이드의 설명을 대충 알아들었다. 그런데 질문이 생긴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자. 요즘 핸드폰의 번역기들은 생각보다 명확하게 번역한다. 이것만 가지고 대화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자신의 질문을 번역기에 입력한 후, 가이드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그럼 가이드는 당신의 질문에 설명해줄 것이다.
▶ 대부분의 핸드폰에 기본으로 장착된 번역기를 사용해도 좋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번역 프로그램으로는 구글 번역기, 파파고 번역기가 있다.
(2) 미리 현지 투어 신청할 때, 가능한 사람이 적게 신청하는 요일을 알아두자. 많은 사람이 신청하는 시간이나 요일을 비켜서 현지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현지 가이드나 투어 진행하는 측에, 사람들이 적게 참가하는 요일과 시간대를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꼭 물어보지 않더라도, 보통은 비수기, 평일 오전이면 적게 신청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투어 신청자가 적을 때는, 가이드가 소수 인원에게 집중해준다. 게다가 우리가 가이드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때, 다시 물어볼 여유가 있다.
◆ 나는 Tockey와 함께 오사카 시장을 둘러보는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당시 평일 오전 투어였는데, 운 좋게도 비수기여서인지 신청자가 나 혼자였다. 덕분에 내 영어 속도와 실력에 맞추어 Tockey는 오사가시장 곳곳을 가이드해주었다. http://lovely-days.co.kr/2337
위의 방법은 3가지 레벨에 따라 분류해서 정리한 것이다. 사실 레벨과 상관없이 LV2는 LV1과 LV2의 방법을 섞어서, 그리고 LV3은 LV1~ LV3에 해당하는 방법을 한 번에 시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 1년에 몇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오든, 이러한 방식으로 꾸준히 여행을 다닌다면, 여행의 경험치도 넓어지고, 부수적으로 영어 실력이 좋아질 수도 있다.
영어나 현지어를 못 한다고 자유 해외여행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여행이 아니라면, 영어나 현지어를 한마디도 하지 않고도 여행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여행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런데, 현지어나 영어를 할 줄 안다면 여행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여행의 풍성함이 달라진다. 전 세계의 많은 이들과 지역은 자연스레 제2외국어로 영어를 선택하고, 안내한다. 각 도시나 지역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공용안내어로 영어를 채택한다. 그러니 영어를 못 한다면, 필요한 안내를 받기 위해서라도 (나를 위한 한국인(또는 한국어 가능) 가이드가 없다면 ) 영어라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영어를 할 줄 알면, 여행을 준비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경험치도 넓어진다.
위에서 제시한 방법은 당장 급한 대로 현지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나는 추천한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영어 단어부터, 짧은 영어 문장이 가능하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로 영어와 조금 더 친숙해지는 것을.
About Alice
2010년 출장을 계기로 처음 해외로 나갔다. 그 이후로 지난 8년간 꾸준히 해외여행을 다니며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오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의 트렌드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그에 따른 고민과 함께 여행의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뻔~한 여행 루트가 아닌, 내 흥미와 결합하는 지점의 여행 루트를 만들고 기록하고 있다. (국내 블로그: Alice만의 여행루트, 해외 블로그: I am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