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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Feb 23. 2018

탕진잼을 외치는, 욜로를 빙자한 마이너스 인생의 비밀

[오늘 하루의 리뷰] 사실은 내가 그런 상태라구요...


매년 연초(대략1월에서 3월 사이)에는 반드시 돈을 모으고 나의 재정관리를 잘해야지!! 라고  외치는 것 같다. 블로그 카테코리에 빈.대.돈.전.(빈곤한 대학생 돈모으기 작전)이 생겼다가 빈.직.돈.전.(빈곤한 직장인 돈모으기 작전)으로 바뀌었으니... 벌써 돈에 스트레스 받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생 한번인데 탕진하자!”라며 카드를 긁는 마이너스 인생의 길...  마이너스의 길을 너무 오래 걸어버린 탓에 갈수록 마음이 쫄린다. 그래서 올해는 이거라도 저거라도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요니나님이 만든 가계부도 사고 캐쉬백이 된다는 카카오체크를 신용카드보다 많이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돈에 상처 받고 좌절할 준비


누가 되었든 재정관리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아마 “내 월급이 이렇게나 적단말이야?!”
하고 싶은 꿈과 욕망은 너무나 많은데 내 월급은 너무나 적다.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말한 희소성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다. 동시에 드는 생각. “그놈은 얼마나 벌길래 그렇게 살지?”(feat.인스타그램)

직장인이 되면 무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학생시절과 달리 직장인의 삶은 한없이 팍팍하기만 하다. 하루종일 직장 상사 눈치에 고객님들 눈치, 그리고 동료 직원의 눈치까지 봐야하니 나의 정신적 위로는 집에서나 해야한다. 그나마도 제때 퇴근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야근 확정.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도 싱글들은 외로움에,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살림과 육아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때 기가 막히게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것은 다양한 아이템의 홈쇼핑. 그릭 휴대폰에 울리는 쇼핑몰 세일 알람.

정신적으로 팍팍한 삶을 살다보면 마이너스 인생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마이너스로 살기를 5년을 보내면 가장 두려운 일은 나의 돈을 제대로 보는 것이 되버린다. 가계부를 쓰기 위해 영수증과 카드 사용내역서를 확인하면 “아 정말 이건 사지 말아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드는 동시에 “나를 위해서 그정도도 못써? 하루종일 고생 많이한나잖아”라는 양가감정의 싸움. 적어도 나는 그 양가감정의 싸움에서 “그정도도 못써?”가 이겼다. 그러니 점점 가계부를 안쓰게 되고 나의 돈을 못보게 되었다.



나를 위해 지른 것도 없는데 돈이 왜 없지?


하지만 적어도 양가감정에서 선택한 사람은 최악의 탕진잼으로 치닫지 않는다.
진정한 최악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마이너스 인생.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로 살펴보자면 남들(부모님과 동생)이 기대하는 것에 비하면 의외로 보잘것 없는 교사 월급이 첫달 월급이었다. 하지만 첫달 월급으로는 내 출퇴근 교통비, 그리고 종종 사먹어야 했던 아침 식사비를 충당하기도 바빴다. 첫달부터 나가기 시작한 학자금대출, 무리하게 시작했던 적금, 인생은 유비무환이라며 엄마가 해준 보험료 등등 이미 꽤 많은 지출비용이 확정적으로 나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돈을 쓰는 것은 꽤 어려웠다. 게다가 1년쯤 후에는 하루 세시간에 걸쳐 버스 환승과 함께 출퇴근하는 생활에 지쳐 결국 자동차 할부의 노예가 되었고 취직 후 급격한 건강 악화로 의료비 지출이 10배쯤은 늘었던 것 같다. (취업 첫해 난생처음 응급실행)

나의 의지나 계획과는 상관없이 지출들이 확정되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어버리니 답답하고 미래 예산을 생각하면 그냥 까맸다. 전역을 기다리는 이등병처럼... 그래서 한달에 한번 월급을 정산하는 시기가 되면 예민해지고 우울해졌다.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자연스럽게 폭식으로 이어졌다. 폭식을 하니 살이 찐다. 그러다보니 식비 지출과 의류비 지출이 일타 쌍피로 늘었다. 그러다보니 또 다음달에 카드값 정산은 더 큰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이렇게 3년쯤 지내다보면 일반적인 사람은 이미 개인의 스트레스를 컨트롤할 의지와 방식을 모두 잃게 된다.  동시에 반드시 하던 정산마저도 점점 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보니 무계획적으로 돈을 쓰고 정산을 두려워한다. 두려우니까 아닌척 잊기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를 하게 된다. 진정한 탕진잼.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누가 아나요?
오늘이라도 행복해야죠


몇년전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오늘만 사는 고소득자의 이야기가 나왔다. 당장 내일 살아있을지 보장도 안돼는 삶인데 굳이 돈을 모아야할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고소득자의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다. 방송사에선 그저 시청률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몇년이 지나고 나니 그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금이라도 탕진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으니까.

솔직히 탕진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혹자들은  “너의 의지가 너무 부족하고 자제력이 없어서 그런거네!”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뭐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고민보다go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 탕진잼이라는 가사가 아니라 미래가 이미 저당잡혔다는 가사에 귀기울인 사람들의 심리는 나와 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노력해도 해결이 안될 것 같은 미래에 연연하느니 내일의 나에게 미루어두고 오늘의 나라도 행복하고 싶은 마음.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을 모으는 것인데 돈을 모으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돈 때문에 행복은 커녕 고통스러워지는 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눈감고 탕진하는 것인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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