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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Mar 23. 2020

내가 원하는 거 하고 붙잡고 시작할 수 있다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요즘은 9시 이전에 눈을 떠본 적이 없다.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책이라도 읽으면 나름 기특한 거다. TV를 켜고 홈쇼핑 채널만 돌려대다가, 옆에서 뒹굴거리는 아들을 보고 아차 싶어, 끄고 아침을 차린다. 밥맛은 없지만, 힘을 내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아침을 먹는 다랄까? 늦은 오후쯤 점심을 먹거나 간단한 간식을 먹거나, 6시 반이 되면 7시쯤 오는 남편을 위해 헐레벌떡 저녁을 차리곤 한다. 어찌 보면 한없는 게으름이 가능한 나는 전업 주부다. 

물론, 마켓 컬리와 식기세척기와 건조기와 음식물 처리기에 의지할 수 있는 축복과 더불어 하루에 3시간 이상 가사를 하지 않는다는 내 나름의 철칙?을 지키려고 애쓰기에 가능한 거다. 9년 차 한 아이를 키우는 전업 주부인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핑계 같지만, 일이 항상 하고 싶었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취직하고 직장들과 지원서를 내서 지원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구정부터 심상치가 않은 조짐이 보이며, 우리의 일상은 달라졌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맨 위의 첫 단락처럼 철저히 집에서 올데이로 보내게 되었다. 영화에서 보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일상에 이렇게 오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처음에는 한 숨만 나왔다. 무엇보다,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의 개학 연기에, 배우고 싶었던 그림 수업과 하고 있던 요가 수업들이 취소된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철저히 솔직하게 나의 심정을 말하자면, 두려움과 짜증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2주쯤 아이와 거의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문득, 저녁을 준비하며 살짝 보이는 손바닥만 한 노을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또한 놀이터(우리 집은 필로티 2층) 아이들의 쩌렁쩌렁 거리는 웃음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였다. 늘 내 일상에 있던 것들이 말이다. 아니,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 나는 유머스러운 편이지만, 약간은 블랙코미디 면모가 다분하기도 하다. 그런데,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햇볕이 쨍쨍한 것도 감사했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고 있음에도 너무 감사했다. 한 껏 멋 내고 나가서, 아는 언니와 깔깔대며 브런치를 먹었던 그때가 꿈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디올 백 대신  립스틱을 하나 샀었더라도 백화점을 맘껏 돌아다닐 수 있었던 예전이 미치도록 그리워지기도 했다. 가족들과 맘 편하게 동네 맛집을 투어 하고, 수영장에서 놀 수 있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도갑자기 대구 쪽 상황이 너무 급박해지자 아픈 사람들은, 그들의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났으며, 또한 이탈리아에서의 안타까운 사연들에 내 가슴이 소금에 저며지는 듯했다. 

나의 마음이 변하자, 예전의 신경질은 사치이자 악덕이 되었다. 차마, 아니, 내 마음은 저절로 감사로 가득 차서 들어올 자리도 없었다. 불안한 상황에서 두렵다고, 집에서 뉴스만 붙잡고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가끔은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옴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려던 일들도 조심스레 끄집었다. 나의 꿈은 강사로서 수학교육과 꿈을 전달하는 일이다. 올해는  그 일을 그냥 하는 거, 시작할 수 있는 거 자체가 나의 목표라 할 수 있겠다. 완벽이란 없다. 그래서, 이를 위한 나의 발판으로 내가 하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못하고 있었던,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내 나름의 입장에서, 내 또래 분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구독자가 없음에, 부끄러움에 내 등짝에 닭살이 오르는 듯했다. 지금은 이렇게 다독여가니, 괜찮다. 나는 가게를 오픈한 사장이다. 소비자가 필요하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어떻게 보기 좋게 진열해 놓을까? 내용물은 어떻게 알차게 채울까? 고민하며, 노력하며 다듬어가고 있다. 이제 한 달인데, 멀~작은 가게 하나도 자리 잡는데, 1년 정도 걸리는데 그렇게 올 한 해 해보자. 애초에, 나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나중에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한 디딤돌로 시작하지 않았는가? 하고 맘을 먹으니, 재밌어졌다. 하루에 2~3시간이라도 내가 좋아하며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음에, 나의 책상은 생기 있는 일터가 되었다. 아직은 어설픈 유튜버, 예비 강사로서 글 쓰는 게 좋아 브런치에 나의 첫 글을 이렇게 올린다. 브런치 글을 올리는 일은 12월부터 하려 했으나, 이 또한 시작이 망설여져 너무 많은 생각에 늦어졌다. 하지만, 오늘 아침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하려고 하려다 시작을 늦추지 말고, 그냥 시작하고 발전해가자. 스스로 치얼 업도 해본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고 있고, 또한 그러함에 스텝 바이 스텝하고 있는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그리고 파이팅! 지금을 담담히 맞이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계발로 하루하루 열심히 소중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의 일상의 소소한 에세이 글이나, 삶의 철학, 미국에서 5년간 거주했던 유학&삶 이야기와 에피소드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재미있는 그림 에세이도 올리려고요. 앞으로 계속 소통하며, 같이 의미 있는 행복을 누려요~


Email: aliciapakdream@gmail.com

YouTube Channel Name: 원더풀엘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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