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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됐다'라는 말의 심리학

'싫다'라는 속마음의 완곡한 표현법

by Alienwitch
충돌을 감당할 사회적 면역력이 약해서


저 사람 못됐다, 정말 싫다 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만큼 상대방의 인격 및 개인적 양식과의 충돌을 견뎌내는 내구성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말을 자주 할수록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못 받아들이고 획일적인 인간관계를 지향하는지 지표로 사용해도 될 것이다. 그만큼 못 받아들이니 말이다.


물론..

객관적이고 사회적인 평균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도 존재한다. (범죄자, 질서 및 규칙 위반자, 이기주의자)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다른 사람과의 갈등 및 충돌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본인의 주관적 판단하에 결정을 내린다. 나는 이런 주관적 판단이 정당한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타당하지 않아서 부당한지를 논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성향이 심한 경우, 이런 사람 주위는(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진 경우) 대체로 그 사람만 용인하거나 아님 본인이 제어를 하기 위해 선별한 사람들이 많다. 특성이 일관된 사람들이다. 본인에게 거슬리지 않을 가치관과 개성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정치관, 윤리관, 평등의식, 세계관, 종교관 등)


이성의 탈을 쓴 감정


다른 말로 하면 이런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관 및 사회적 특성(나이, 성별, 경제적 능력 등) 다양성이 떨어진다. 워낙 사람 편식이 심하므로..

일종의 소규모 인간 사회의 생태계 파괴 현상이다.


공동체 발전을 저해하는 도덕적인 결함이 없는데도 누군가에게 하는 '못됫다', '나쁘다'라는 말은 자신이 그 사람의 인격과 그 사람이 가진 특정한 에너지와 개성을 견디지 못해서 좌절감이나 위축감을 느끼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과 '안 맞아서' 허용을 못하기도 한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인 것이다.


이를 테면 패기 넘치는 후배 및 솔직한 친구나 기존 시스템에 다소 까다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당당하고 용기 있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는데 (아니면 자기주장 능력이 뛰어나거나) 어떤 사람은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거나 본인이 압도되는 에너지 때문에 경계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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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겁쟁이라는 걸 티 내려는 것인지 소위 무덤을 파는 것인지 조리 있게 조목조목 말하는 사람들이 '숨 막힌다'라고 표현한다.
자기표현을 확실히 하는 모습에 막연한 위압감을 가지거나 자신에게 결핍된 능력에 대한 뒤틀린 선망 중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와 상반된 상황, 상대방이 흥분하거나 자제력을 잃고 자기주장을 해도 반응은 같다. 그 경우는 나름대로 상대의 표면적 과실이 확실하니까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미숙한 사람 취급한다.


그러다 자신의 의지 또는 요구에 반해 상대방이 사회적, 정서적 또는 계급적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면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필요 이상으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자신의 결함을 깨닫는 것도 도저히 못 견뎌서


이런 사람들은 감정적이고 나약한 만큼 자기 치유력도 없다. 겉으로는 비아냥거리고 삐뚤이진 자존감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속은 껍데기깐 새우다. 아님 속 빈 강정이든지.

어떻게 해서든 본인의 약한 모습을 방어하고 지켜내기 위해 또 자신의 인격적 도량이 부족한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기 위해 (기분이 상했다면 본인이 감정적으로 예민할 수도 있다고 떳떳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건 배우고 상대방이 다소 낯설고 거칠게 다가와도 침착하게 포용하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 상대방을 침입자 취급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을 상대하는데 두려움이 많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싫다 vs 나쁘다 vs 못됐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나쁘다'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사실 '나쁘다'라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객관적 이성적 속성을 가진 단어는 잘못된 사용이다.

차라리 그 사람의 심리상태는 '싫다'가 맞을 것이다. 본인의 행동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되어 환호하다


그래도 굳이 '나쁘다', '못됐다'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싫다'라는 말은 대상에 대한 '내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못됐다'라는 말은 다소 주관적 입장에서 '대상의 상태'를, '나쁘다'라는 말은 대체로 객관적인 '대상의 상태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 관점 네 관 점도 아닌 관점의 중성화를 거치는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교묘히 숨길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부족한 인격으로 저지르는 판단 착오 없는 안전지대로 이끈다. '난 저 사람이 싫다'라는 말은 자칫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라서 남들에 비해 자신의 좁은 아량을 드러낼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한 의문은 화자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반면 저 사람 정말 못됐다'라는 말은 덜 직접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 이유의 초점은 대상에게로 향한다. 상대방에게 저절로 죄가 생기니 부담 없는 안락한 피해자가 아닌가!


난 얼마나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내 주관 및 가치관과 맞지 않아서 건방지다 무례하다 또는 못 됐다 (세다, 드세다, 재수 없다 도 해당 ; 이 모든 표현이 위축감을 느낀 상대방의 입장을 주관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등 개성 있는 누군가를 부당하게 비도덕적 인간으로 만들지는 않았나.


이 글은 개인적 관점에서 쓰인 글이다. 나 또한 한 명의 개인이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만한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함을 가진 사람은 이글의 대상에서 역시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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