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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enwitch Mar 27. 2017

빛과 체온을 가진 글

수많은 글이 모여 은하수가 된다면

현악기와 금관악기는 나무와 금속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그 존재를 이루는 본질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든다. 차갑고 딱딱한 물질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속성을 가진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악기는 사람과 체온을 나누기도 하지만 스스로 체온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꼭 이것은 악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글도 그렇다. 1차원의 복잡한 선과 곡선이 오밀조밀 모인 글자의 집합체가 서로 잘 연결되면 문자의 본질을 뛰어넘어 코일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열을 낸다.

나도 개인적으로 이런 열을 끊임없이 내는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어떤 부분은 질서 있고 따뜻했다가도 다음 부분은 접지 불량처럼 차갑게 식어 버리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글쓰기가 가장 쉬울 때가 있는데 그건 편지를 쓸 때이다. 아마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기 때문인것 같다. 외국 간 친구에게 가끔 편지를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의식의 흐름 기법이야말로 편지를 쓸 때 가장 유용한 글쓰기 방법인 것 같다.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주제가 넘어오고 구어체도 곁들여지면 끊어지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베짜기새가 된 기분이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다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별처럼 오랫동안 빛을 발하며 식지 않는 글을 썼으면 한다.


하지만 막힘없이 이야기를 엮어 나가도  그걸 읽는 상대와 나를 위한 이야기와 정서가 필요하다. 결국

문자의 1차원적인 가치를 다차원으로 끌어올리려면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닫는 게 필요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잘 엮은 형식과 함께 따뜻함과 울림, 깨달음을 전하려면 열전도가 높은 글을 써서 상대방이 그대로 느끼고 깨닫게 해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별(항성) 하나를 만드는 것처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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