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공기보다 빛을 더 많이 호흡한다.
여름이 되면 모두에겐 보이지 않는 아가미가 필요하다. 태양은 황금빛으로 잘게 부서져 공기 중을 떠다니는데 이 여름의 조각을 호흡하려면 특수한 아가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어항을 부유하는 미생물의 입자처럼 낮의 대기를 가득 채운 뜨거운 여름은 걸러내기가 쉽지가 않다. 너무도 날카롭고 찬란해서 산소와 함께 작은 조각만을 골라 호흡해야 한다. 이렇게 몸에 축적된 여름으로 또 다른 겨울을 살아가려면 아가미가 있어야 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여름 내내 물만 마셔댔다. 아직도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태양과 함께 호흡하는 게 서툴다. 아무래도 찬란한 여름을 따라잡을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