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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enwitch Jun 25. 2017

여름밤, 태양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여름밤은 다이아몬드보다는 진주를 닮았다


사물의 본질을 방해하지 않는 빛의 결핍


여름의 밤,  밤이 되었다고 사물과 계절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빛이 결핍된 낮이다.


밤에도 시간은 여전히 여름이라는 계절을 품고 있다. 빛이 없을 뿐,  낮이 가진 모든 열기, 약동하는 태양의 심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낮에 태양이 독차지한 열의 양막을 땅, 바다, 공기 등 모든 사물이 골고루 나누어 가진다. 그렇게 밤은 거대한 자궁처럼 모든 것을 품는데 그래서 여름밤의 생명력은 배가되고 결코 단출한 홑겹일 수 없다.



그리고 전날 밤의 열기를 채 벗기도 전에 낮이 남긴 태양의 열과 빛으로 다시 덧씌워지는 것, 그게 여름밤이다. 또 다음날이면 전날 씌운 얇은 열기에 또 열기를  덧씌운다.

여름밤, 빛이 없는 자리는 환상과 노래, 그리고 관능이 차지한다


마치 진주를 만드는 조개처럼 여름밤은 은밀하며 끈기있다. 여름의 절정에 이르는 8월의 어느 날, 이 얇았던 막은 어느새 단단해지고 우유빛 진주처럼 어슴푸레 빛을 발한다.

어쩌면 여름밤의 열기는 이렇게 찬란하고 견고해서 쉽사리 깰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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