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30년 기자 생활을 은퇴하고 예순두 살이 되던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4년 동안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2,000km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고집스럽게 홀로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보고 듣고 깨달은 내용을 정리해서‘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책에서 '걷기'의 효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걷는 것은 신체활동인 동시에 정신활동입니다.
걸으면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홀로 걷는 여행은 잊고 지내던 자신을 만나게 하고 육체적 제약과 주위 환경에 묶여 안락하게 사고하던 자아를 해방시켜줍니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
5일간의 설날 연휴가 시작된 어제, 식구들이 늦잠을 자고 있는 아침 시간에 저는 홀로 일어나 집 근처 동네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쌀쌀한 겨울 날씨였지만 공원엔 벌써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출근하는 평일이라면 엄두도 못 낼 시간에 공원 안 넓은 잔디밭 주위의 긴 트랙을 1시간 동안 묵묵히 걸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홀로 걸으면서 '2016년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향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 들어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일로, 또 가족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심란했던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홀로 걷는 시간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말한 것처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인 동시에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정신활동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들과 직면합니다. 그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식이 각자 다르겠지만, 문제 상황을 만날 때 신발끈을 고쳐 매고 걷기 좋은 공간으로 나가 홀로 걷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문제의 크기에 따라 어떤 것은 공원 몇 바퀴 돌면서 해답을 찾을 수 도 있고, 어떤 것은 '나는 걷는다'의 저자처럼 4년간 실크로드 대장정을 하거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장기 여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홀로 걷는 그 시간을 통해 지치고 외로운 자신을 객관적으로 만나고 다시금 용기를 내도록 다독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2016년에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홀로 걷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것만 잘 실천해도 심신이 건강한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어제 아침 새삼 들었습니다. 한 해의 시작인 1월과 2월에 각각 신정과 구정이 들어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1월 1일 새해 첫날의 결심과 계획이 슬슬 무뎌지기 시작할 무렵 설날(구정)을 통해 다시금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죠.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해, 많이 걷는 한 해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