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평등주의 교육현장
지난 2주 동안 스웨덴과 핀란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스칸디식 행복 육아로 알려진 두 나라의 유아교육현장과 교육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여러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유아교육과 교수들을 만나고 현지 교민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독서증진 프로그램과 숲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서 예술위원회와 어린이도서관도 방문했고, 포레스트 클럽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유아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시청 공무원도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는 이미 국내의 많은 정치인들, 교육행정가들, 언론인들, 교사들이 북유럽의 선진 모델을 탐방하고 난 후 발간한 책도 많고, 논문이나 기사도 많았기에 굳이 직접 가서 봐야 하나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여행기로 접하는 외국과 직접 내 발로 걷고 다니며 눈으로 확인하는 외국은 다른 것처럼, 두 나라의 교육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책으로 접했던 것, TV로 봤던 것, 신문기사로 읽은 것과는 확실히 체감온도가 달랐습니다.
스웨덴의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이제 겨우 세 돌이나 지났을까 말까 한 어린아이들이 눈비가 섞여 내리는 몹시 쌀쌀하고 궂은 날씨에도 중무장을 하고 바깥에서 놀면서 비스듬한 언덕을 기어오르고 흙을 파고, 모래집을 짓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깥놀이를 하루 2~3시간씩 한다고 합니다. 아예 젖은 바깥놀이용 옷을 말리기 위한 대형 건조기와 옷걸이, 장화 보관용 신발장이 뒤편 출입구 쪽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고 또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아이들의 '놀 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건강한 바깥놀이를 통해 신체, 정서, 언어, 인지, 사회성까지 골고루 기를 수 있는 전인 발달의 토양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 방문한 어린이집은 원장 선생님과 교사들의 표정, 뛰어노는 아이들의 표정이 어린이집 생활이 어떤지를 모두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들여다보며 웃어주는 아이들, 복도를 지나가며 회의실에 있는 선생님들과 윙크와 손짓을 주고받는 아이들은 정말 자유스럽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원장님의 어린이집 운영철학을 듣고 싶다고 하자 '서두르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야기할 때 잘 경청한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먼저 교사들의 복지와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긍정적 생각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교육담당 시청 공무원은 핀란드 유아교육의 기본정신은 '단 한 명의 아이도 낙오되지 않도록 돕는 평등주의'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잘하는 아이보다는 힘들어하고 뒤처지는 아이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런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 어린이집, 보건소가 연계하여 케어하는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목표나 성취, 성공을 강조하기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배려와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부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현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찾고 실천해 보고 싶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로 마음만은 뿌듯했습니다. 콩나물시루에 붓는 물은 순식간에 흘러내려가 다 버려지는 것 같지만 어느새 콩나물을 쑥쑥 자라게 하듯이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자꾸만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