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페친 한 분이 공유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결과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의사는 진지한 얼굴로 "OOO 씨, 이제 8개월 남았습니다. OOO 씨는 이제 1년 3개월 남았습니다. OOO 씨, 당신은 이제 11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야기하고 나갑니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그들은 의사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마치 불치병 진단에 시한부 인생이라도 선고받은 듯 떨리는 손으로 검진 결과를 읽어내려갑니다. 하지만 그 '시한'은 문진표를 근거로 예측한 기대수명에서 잠자는 시간, 직장 가는 시간, 학교 가는 시간, 외부 활동하는 시간 등을 빼고 죽기 전까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한 것이었습니다.
영상 속의 사람들은 불치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립니다. 사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천 년 만 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며 삽니다. 자녀 육아도, 사춘기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것도,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친구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모두 시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성경 전도서 3장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에는 때가 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 원문은 이 보다 더 많은 '때'를 언급하고 있지만 몇 가지만 옮겨보면 이와 같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다는 사실과 만사에는 '때'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잘 나갈 때가 있는가 하면, 실패하고 좌절할 때가 있고, 건강할 때가 있는가 하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만큼 아플 때가 있습니다. 자녀가 이쁜 짓을 하며 부모의 기쁨일 때가 있는가 하면, 사춘기 반항의 끝판왕을 자처하며 부모 몸에 사리가 쌓이도록 할 때가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술술 잘 풀릴 때가 있는가 하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잠 못 이룰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때'를 보내고 계시나요? 혹시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이 있나요? 다 그만두고 훌쩍 여행이나 떠나고 싶은 분은 없나요? 사실은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제법 힘든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럴 땐 '범사에 기한이 있다'는 말을 기억하며 다시금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시간에게 시간을 줘라' 등의 경구를 읊조리다 보면 새로운 '때'가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