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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윈디웬디 Apr 12. 2024

이수지 작가 그림책 『이렇게 멋진 날』

모든 날을 멋진 날로 만드는 아이들의 Magic!

뉴욕의 어린이책 작가인 리처드 잭슨이 글을 쓰고, 이수지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렇게 멋진 날』은 아이들의 밥이자 일상이자, 특권인 '놀이'가 갖는 생명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독자들에게 나도 이렇게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의 표정, 춤 동작,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놀이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바탕 축제 현장에 덩달아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


그림책의 표지 사진이다. 하늘엔 온통 먹구름이 끼어있고,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제목은 『이렇게 멋진 날』이다. 표지 이미지와 제목부터 반전이다. 잔뜩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가 어떻게 멋진 날이 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뒤표지에 실린 이수지 작가의 헌사가 힌트를 제공한다.


먹구름이 몰려오든 폭우가 쏟아지든

다 멋진 날인 아이들,

오늘이 즐겁고 오늘이 전부인 모든 아이들에게

 (-이수지 )


그림책은 처음에는 흑백으로 시작되었다가 점점 다양한 색채가 총동원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놀이가 진전될수록,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색채도 컬러풀하게 변한다. 첫 장면을 보면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아이들은 실내에서 무료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림 그리기도, 박스 놀이도, 책 읽기도 시들해질 무렵, 남자아이가 소파 옆에 있는 라디오를 켜서 음악을 튼다. 그 음악이 신나는 놀이의 시작점이 된다.


이렇게 멋진 날이면

우리는 춤을 춰

빙글빙글 돌았다가

다 함께 콩콩 쿵쿵

신나게 두 발을 구르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흑백 속 파란색 선율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수지 작가의 시그니쳐 색상이 이 파란색이라고 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제 그 놀이를 집안에서 멈추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서 이어간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가 '이렇게 멋진 날'로 바뀌는 순간이다.


실내에서 콩콩 쿵쿵 뛰며 춤을 주는 장면은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이 많은 곳에서는 당장 층간 소음으로 민원이 폭주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림책 속 아이들은 바로 현관문 열고 나가면 마당이 나오는 집에 살고 있다. 역시 미국 작가가 글을 쓰고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그림책답다.^^

우리는 첨범청범 뛰고

룰루랄라 큰 소리로 노래해


이 장면은 어른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다. 비 오는 날 장화 신고 물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물보라를 일으키며 놀아본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요즘은 도시화와 환경오염, 황사비 우려로 그림책 속 아이들이 누리는 행복한 경험이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부러운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나는 놀이의 향연...

여기저기 동네 친구들이 가세한 놀이가 펼쳐진다. 색채는 점점 다양해진다.

아이들은 자연과 일체가 된 듯 신나게 뛰어논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참을 뛰어놀다가 엄마가 부르면 현실의 땅으로 살포시 내려온다.

간식을 챙겨주며 아이들의 놀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엄마의 모습이 더없이 보기 좋다. 놀이 뒤에 먹는 

간식은 꿀맛이다.


오늘처럼 좋은 날, 우리 같이 소리쳐 볼까?

야호! 오늘은 정말 멋져!


만족스러운 놀이로 한껏 신이 난 엄마와 아이들은 모자를 날린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그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고 모자를 잡으러 가족들이 함께 달려가는 장면이다.



모자는 처음 라디오에서 나왔던 음악 선율이 파란색이었던 것처럼

파란색 바람을 흩뿌리며 날아간다.

또 다른 놀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작가의 암시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멋진 날』은 글쓴이의 의도를 글 내용 이상으로 더 멋지게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과 그림이 1:1로 매칭된다기보다는 이수지 작가의 넘치는 창의력으로 재해석했다는 느낌이다. 그림만 봐도 이야기가 충분히 연상되는 생생한 그림책이다.




<이렇게 멋진 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허락되어야 할 날들


아이들은 이렇게 놀도록 태어난 존재들인데,

마땅히 이렇게 뛰어놀아야 하는데,

아주 예전에는 우리도 이렇게 놀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림책 속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를 보며 어른들은 상념에 잠긴다.

그들의 놀이가 부러움을 넘어 어느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서글프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들의 '진짜 놀이' '생생한 놀이'가 사라져 버린 듯하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다친다는 이유로,

시끄럽다는 이유로,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학원 가야 할 시간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서 놀이 다운 놀이가 사라진 사회!


놀이조차 정해진 장소,

정해진 프로그램 안에서

시간 맞춰 계획적으로 제공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이렇게 멋진 날』은 모든 날을 멋진 날로 만드는 아이들의 놀라운 Magic을 다시 그들에게 되돌려주라고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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