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색채로 담아낸 인생의 순간들
삶의 모든 색
『삶의 모든 색』: 어른을 위한 힐링 그림책
노르웨이의 그림책 작가인 리사 아이사토가 글과 그림을 그린 『삶의 모든 색』은 200쪽으로 이루어진 제법 두꺼운 분량의 그림 에세이집이다. 페이지마다 다양한 색채의 멋진 그림들이 가득하다. 2019년 '노르웨이 북셀러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책이다.
길벗어린이발매 『삶의 모든 색』2021.12.10.
생애 주기별 소중한 순간을 포착한 그림책
그림책 한 권에 우리의 인생이 다 들어있다. 유년기부터 생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를 이토록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작가 리사 아이사토의 시처럼 아름다운 글과 따뜻한 색채의 그림이 책을 펼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맞닥뜨려야 하는 삶의 순간들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보여준다.
독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어 어린아이였을 때, 청소년이었을 때, 청년이었을 때, 부모가 되었을 때, 노년이 되었을 때, 그리고 생을 마감해야 할 때를 감정이입하며 돌아보게 된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의 모든 순간들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의해 아름답게 포착되어 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감동적인 글이 어우러진 소장가치가 충분한 그림책이다. 생애 주기별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몇 컷들만 소개해 볼까 한다.
이 책의 표지로 사용된 그림과 "여름날 빗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하나요?"라는 글이 '놀이'로 충만했던 '아이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그림은 예전에 워낙 많이 본 그림이어서 『삶의 모든 색』 그림책 속에서 이 그림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림 밑에는 "그 겨울이 얼마나 더 새하앴는지 기억하나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세상을 하나씩 하나씩 발견해 가는 아이의 감탄이 잘 표현되어 있다.
아이의 삶에서 소년의 삶으로 변화한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의 머릿속 변화를 어쩜 이렇게도 리얼하게 그릴 수 있을까? 작가의 천재적 표현력에 경이를 표하게 된다.
우리 시대 청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 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그림책 속 작가의 대사가 딱 와닿는 시기이다.
"이 힘든 아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만 쳐다보고 있는 이 아이들을 과연 잘 키워낼 수 있을지 겁도 나고 눈물도 나는, 부모라는 역할의 무게를 작가는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잘 그려냈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제 더 이상 "젊고 앞날이 기대되는" 시절은 다 가버린 듯한 중년의 허망함이 몰려온다.
마음은 여전히 '슈퍼맨'이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순간이 오고, 기억이 사라지기도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기나긴 시간, 견뎌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낙천적인 삶의 자세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겪어낸 당신, 생의 소풍을 끝내는 날, 꼭 기억했으면 하는 한 가지가 있다.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뭉클한 감동으로 읽어나가면서, 문득 김혜자 선생님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생각났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것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도 떠오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 <귀천> 중에서
『삶의 모든 색』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손색이 없다. 삶의 모든 순간을 긍정하고 감사하게 하는 소중한 책이다.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내 삶의 순간은 어떤 색채로 채워지고 있는지 차분하게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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