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고 쓰는 윈디웬디 Apr 15. 2024

레오 리오니의『프레드릭』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도 돕고 나도 행복할 수 있는 삶



'인생 그림책'으로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을 꼽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무척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프레드릭》 그림책 내용의 처음 시작은 '개미와 베짱이'를 연상시키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겨울이 다가오자 들쥐 가족은 추운 겨울을 대비해 옥수수와 나무 열매, 밀과 짚을 부지런히 모은다. 딱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 다른 들쥐들이 프레드릭에게 지금 뭐 하는지 물을 때, 햇살, 색깔, 이야기를 모으는 중이라고 답한다. 어떨 때는 졸고 있는 것처럼 보여, "프레드릭 너 지금 꿈꾸고 있지?"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프레드릭은 "아니야 나도 일하고 있어"라고 항변한다.             


추운 겨울이 오고 들쥐들은 한동안 모아놓은 식량들로 편안하게 지낸다. 그러나 돌담 사이 찬바람이 들어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들쥐들은 누구 하나 재잘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때 들쥐들은 잿빛 겨울을 대비해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은다고 한 프레드릭의 말을 기억해 내고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묻는다.


프레드릭은 들쥐 가족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열심히 모은 '햇살'과 '색깔'을 눈을 감고 느껴보도록 하고, 마치 무대에서 공연이라도 하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프레드릭 덕분에 들쥐들은 찬란한 금빛 햇살이 몸을 감싸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받고, 파란 덩굴 꽃,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꽃, 초록빛 딸기 덤불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아름다운 색깔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프레드릭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감탄한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그러자 프레드릭은 인사하며 수줍게 말한다."나도 알아."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들쥐 가족의 모습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프레드릭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돌아볼 수 있다. 겨울을 대비해 곡식을 모으는 들쥐 가족들의 눈에는 햇살, 색깔,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는 프레드릭이 놀고 있거나 졸고 있는 듯 보일 수 있었으나 비난하거나 왕따 시키지 않고 그 일을 인정해 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림책 속 프레드릭이 모았던 햇살, 색깔,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각자 해석은 다를 수 있다. 또 자신은 세 가지 중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두면서 모으고 싶은지 우선순위도 정해볼 수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나는 들쥐 가족처럼 살았는지 프레드릭처럼 살았는지? 돌아보는 질문을 해볼 수도 있다.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들쥐 가족처럼 정해진 인생 경로를 따라 한 방향을 보면서 달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드릭의 모습은 인생에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함을 일깨워준다. 프레드릭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일했고, 잿빛으로 뒤덮인 춥고 긴 겨울을 다른 들쥐들이 행복하게 지날 수 있도록 공헌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충실하게 채워나갔더니 동료 들쥐들로부터 '시인'이라는 찬사도 들었다. 수줍게 '나도 알아'라고 말함으로써 자존감과 자아정체성도 지키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내용의 그림책이 무려 1967년에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을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프레드릭이 나눠준 햇살, 색깔, 이야기를 나도 조금 나눠 받은 느낌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레오 리오니(1910~1999)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덕분에 광고 회사를 설립해 디자인 관련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그가 50세 되던 무렵 손주들과 기차 여행 중 즉흥적으로 잡지책을 찢어 붙이면서 만들어본 그림책 < 파랑이와 노랑이>가 계기가 되어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프레드릭》, 《헤엄이》, 《꿈틀꿈틀 자벌레》,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로 그는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아너' 상을 네 번이나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프레드릭》 그림책 속 주인공 프레드릭은 어쩌면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세가 넘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그의 용기와 성취가 놀랍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사 아이사토 『삶의 모든 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