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같은 꿈을 꿀 시기
토요일 저녁마다 SBS에서 방송되는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라는 프로그램을 요즘 관심 있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 '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매회 등장하는 주제들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나 청소년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가수가 되고 싶은 딸과 그런 딸이 보기 싫다고 집을 나간 아버지,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감시하는 어머니, 성형중독에 걸린 딸 때문에 속 끓이는 어머니, 쇼핑중독에 걸린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부모 등 소개되는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프로그램의 극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재연된 상황이나 대사들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소통이 되지 않는 동상이몽 가족의 전형을 보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오죽 힘들었으면 공개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서라도 화해의 끈을 잡아보려 했을까 싶다가도 저렿게 온국민 앞에 개인 사생활이 다 드러나도 괜찮나? 은근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초반에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부모나 자녀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다가도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을 알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한결같이 눈물을 흘린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평소에 자신이 무심코 했던 행동과 말투를 영상으로 보면서 비로소 그 행동이 과했다는 것과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었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은 자신의 행동을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자 화해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낸 가정뿐만 아니라 사실 사춘기 자녀를 둔 대한민국의 많은 가정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은 왕성한 호르몬 분비와 신체변화로 에너지를 발산할 곳과 재미있는 곳을 찾아 뛰쳐나가고 싶은데, 정작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는 살갑고 다정했으나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에게는 오직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토대로 '공부만이 살길이다' '명문대 합격과 번듯한 직장이 성공의 기준이다'는 꿈을 은근히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두 가지 꿈이 충돌하다 보니 집집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상이몽'에서 자신의 일상과 행동을 영화나 드라마처럼 '객관화'시켜본 것이 관계 회복의 첫 걸음이 되었던 것처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의 평소 대화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살짝 녹음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시 일방적으로 내 말만 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녀에게 내 방식대로 따라오기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성공의 기준대로 같은 꿈을 꾸라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은 지금 기성세대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변화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부모의 경험과 기준으로 아이의 미래를 재단하고 강요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은 조력자, 관찰자가 되어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아이가 스스로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 정도가 최선일 듯합니다. 공부는 그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면 스스로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해야 할 정말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요?
TV 프로그램의 제목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지만, 현실의 부모와 자녀가 지속적으로 '동상이몽'을 꾼다면 결국 서로의 마음과 관계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동상이몽에서 깨어나 같은 꿈을 응원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