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모두가 각자의 로망이 있습니다.
누구는 세계 일주 일 것이고
누구는 어딘가 한적한 곳에서 평생을 즐기며 노트북 하나로 돈을 버는 것 일 수도 있으며
세상의 맛있는 커피는 다 맛보고 싶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로망은 문방구 주인이랍니다.
만년필과 노트 그리고 필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올 수 있는 그런 문방구 말입니다.
언제든 놀러 오세요.
망원동 동백 문구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나에게는 꽤나 유명인이다.
멋진 글씨와 멋진 만년필 그리고 노트.
실은 그 사람이 쓴 것일 줄을 몰랐다. 책을 보다가 알게 된 것.
어릴 때부터 연필을 사 모으고 펜을 사 모으며 문구에 대한 구력을 늘려가던 저자는
만년필을 접하게 되고 그 만년필에 어울리는 노트를 만들며 문구점을 개업하게 된 이야기이다.
우울한 20대를 지나 글씨로 위로받고 그 위로가 담긴 글씨는 SNS에서 꽤나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면서 각종 강의를 하고 글씨에 관한 책도 쓰고 그리고 자신이 만든 노트와 만년필 잉크를 제작하여 망원동 한 초등학교 앞에 문방구를 개업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덕업일치를 이루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저자 이야기.
누구나 있는 로망을 이루고 그것으로 돈도 벌다니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나 싶기도 하다.
나의 취미는 한동안 필사였다. 이유는 연필을 모으기 시작해서였는데 왜 모으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암튼 열심히 모았다. 그리고 그 많은 연필을 소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도 했다. 모아놓고 쓰지 않으면 예쁜 쓰레기에 불과할 테니 그냥 써보기 시작했는데 사각거림이 모두 다른 것이었다. 나에게 맞는 사각거림을 찾았을 때 그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글을 쓰자니 필사 속도와 읽는 속도가 달라 필사하다 말고 열심히 책을 읽길래 영어원서로 노선을 변경하고는 2년 정도 정말 열심히 썼었다. 그리고 연필에 따라 맞는 노트도 다 달라서 노트를 정말 많이 사 모았는데 만년필용으로 나온 노트는 안타깝게도 연필이랑은 맞지 않았다. 저자의 노트가 탐이 나서 사볼까 싶기도 하지만 암튼 그 당시에는 그랬다.
둘째 태교는 니체책으로 필사를 했고 그 필사했던 노트들은 이사를 한 지금도 거실 한편에 고이 꽂혀있다. 다시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의 흔적과 연필들이 해준 위로를 기억하기에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취미이기도 해서 조만간 연필들을 다 꺼내볼까 싶다. 왜 잊고 있었나 싶다. 그 소중한 나의 순간들을 말이다.
연필을 모으고 필사할 때는 조금 찐한 연필 공부할 때는 낙서해도 티 나지 않게 조금 연한 연필. 쓸 용도라서 흉기가 될만한 3H 이상은 모으지 않았으며 남들은 돼 팔 거라고 사진만 찍고 말던데 나는 한 자루씩 다 꺼내서 썼었다. 덕분에 나중에 팔 때 제값을 못 받지 안정 그때의 즐거움이 더 소중했었다. 덕분에 노트의 중요성도 안다. 한 바닥만 쓰고 버린 노트가 정말 많으니까 말이다. 연필과 최악인 노트가 생각보다 많다. 부드럽게 써진다기보다 미끄러지게 쓰여 글씨가 날아다니는 노트도 많고, 흑심을 먹는 것 같은 종이도 있다.
참 그런 의미로 보면 저자의 노트 만들기는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찾을 생각만 했지만 만들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는데. 아니했을지도 모르지만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렸겠지. 이래서 성공할 사람은 성공하는 것인가. 하기야 저자는 성공을 위해 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부자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만족을 하고 이 좋은 취미를 남들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강의를 하고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문구점이 아닌 자신의 취미와 그리고 그 취미에 동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문방구. 굉장히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로망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니.
나의 로망은 뭐일까. 뭐 로망이라기보다 하고 싶었던 것은 있다. 이베이에서 연필을 산 적이 있는데 노신사가 '럭티데이'라는 문구와 함께 산 것보다 더 많은 낱자루 연필들을 보내줬었다. 그때의 그 감동이란. 나도 꼭 하고 말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전 나의 로망이 뭐였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뭐였는지, 내가 즐거웠던 시간들이 언제였는지 생각하게 된 책. 문구덕후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이런 생활을 십 년 가까이하니까 그냥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이 노트들로 가득 찬 서재 같은 느낌의 문구점.
나는 내 브랜드를 아껴주는 분들과 상호작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