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뭐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사회성을 가진다는 것은 그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조차 그런 가면을 쓰고 있다면 세상이 너무 피곤해진다. 그 가면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만 가득하니 외로워지고 그 외로움이 쌓이면 우울해지고 분노하게 된다. 그러니 그 가면을 벗어던지는 법에 대해서 차근히 이야기를 해준다. 이러이러한 성향인 사람들은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바꿔봅시다가 이 책의 주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MBTI가 마치 그 사람을 그 프레임에 맞춰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나 ISTP라서 그래'라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수긍을 한다. 요즘의 MZ 세대들은 그렇게 서로를 편도 가르고 이해도 하면서 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E와 I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많이 수긍한 상태. 하지만 사회에 가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흔히 말하면 밖에 나가면 기가 빨린다. 휴식은 집에서 조용히 쉬면서 사부작 거리는 것인데 밖에 나가서 밥벌이를 하는 순간 나는 외향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가끔씩 일을 주도하기도 해야 하고 낯선 사람에게 말도 걸어야 하고 사람들 사이의 스트레스도 빨리 털어내야 한다. 그리고 상사와 잘 어울리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승진 경쟁도 해야 한다. 여러 이슈에 처지지 않을 려면 발 빠르게 움직이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나를 승진시켜 줄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사람들은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쿨한 척. 좋은 척. 다 괜찮은 척. 이런저런 척들을 하며 그냥 나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이다. 나의 몸과 마음이 병드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를 전해준다.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불이익은 당할 필요는 없다. 싫은 건 싫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을 조금 실망시켜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해 준다.
외향적인 성격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했던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정작 자신을 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 엄청난 피로감이 만들어진다. 흔히 인싸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봐주는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극도로 불안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또 불안함을 표현하면 나를 더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다시 괜찮은 척, 쿨한 척을 한다. 세상엔 정말 사소한 걸로 나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런 가면은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것.
누구나 우울함을 조금씩은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구나 항상 행복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우리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가. 나의 진짜 감정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세상과 부딪히다 보면 그 우울감이 점점 쌓여 정말의 구렁텅이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안 괜찮은 티도 좀 내고 나 힘들다고 투정도 좀 부리고 좋지 않은 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일에 너무 겁먹지 말라고 말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보통의 힘'을 기르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힘이라는 것은 '나는 괜찮다'라는 믿음이라는 자기 정체성이다.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면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찾으려 애쓰고 상황을 바꾸는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해답 없는 질문은 세상에 무수히도 많으니 이 세상의 불확실성과 함께 할 수 있는 보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어차피 바꿀 수 없으니 그 문제는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매 순간 전념한다면 나는 더 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당장 내가 뭐 하고 살지도 모르겠는 이 순간.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배우기로 생각한 것을 차근히 습득하고. 사회가 이걸 해야 돼하고 마구 밀어 넣는 일이 아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게 차근히 준비를 해야겠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얻을 수 있으니까. 준비가 안 됐다면 그게 기회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최소한 그렇지는 않길 위해 차근히 하루하루를 쌓아가야지. 결과는 단숨에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얼마 전에 읽은 나의 시간을 가지라는 책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기도 하다. 거기서 중요하게 이야기했던 현재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책도 현재의 나의 감정을 잘 이해해야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인간관계가 형성이 된다고 말하니 말이다. 생각보다 나를 알아가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도 나의 감정을 잘 돌봐야겠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감정까지도 말이다. 지금부터 내공을 쌓아야 우리 아이들이 스며들어야 할 지금보다 더 험난한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을 테니까 말이다. 집에 돌아오면 잘 보듬어 줘야지. 말도 잘 들어주고. 항상 다짐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