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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만송이 Jul 05. 2023

버티고 살기로 결심한 우리들을 위하여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만약에 라는 말의 애틋함과 애절함


망한 것 같지만 망하지 않은 순간


불행과 함께 오는 희망


슬프고 아프지만 결국 버티고 살기로 결심한 우리들을 위하여









이 책은 허지웅 작가가 투병생활을 끝내고 적은 에세이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담담하고 담백하다. 가장 큰 희로애락의 파도를 겪어서 그런지 잔물결만 남았다. 잔물결은 오래 그리고 넓게 퍼지는 법이다. 그렇게 이 에세이는 잔물결처럼 파동을 준다.




버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지금이야 유명인이지만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정말 힘든 청년 시기를 보냈던 그는 버티는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버틴 만큼 날이 잔뜩 서 있었다. 비판적이고 공격적이었다. 모 프로그램에서는 결벽증의 끝판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혈액 암이라는 투병생활을 하고 약의 부작용을 겪으며 죽을 것 같은 수많은 밤을 홀로 버티다 죽기로 결심한 그날, 제대로 기억나지 않은 그 밤을 보내고 살기로 결심했다. 결심이 한 뒤 그는 점점 괜찮아졌다. 하지만 재발을 한다면 다시 그 생활을 또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그 시기는 그에게 힘든 일이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뀌지 않을 모든 것들에 날 선 비판을 줄이고 지금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나에게 필요한 것도 결심일까? 결론은 우리 가족이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결심이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인데. 나의 결심은 무엇일까. 단순히 열심히 살겠다는 것은 결심이 아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다정한 엄마가 되기 위한 결심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나를 찾겠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하고 또다시 삶의 전선에 뛰어들 결심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저 모든 결심이 필요할 순간일지도. 나에게는 많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는 다양한 결심이 필요하다.




만약에,라는 말은 슬프다. 이루어질 리 없고 되풀이될 리 없으며
되돌린다고 해서 잘 될 리 없는 것을
모두가 대책 없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만약에,는 슬픈 것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나는 먄약에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에라는 말은 내가 힘들게 살아온 날들을 부정하는 느낌이 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때 그렇게 결정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앞으로 더 참고하겠다는 의미지, 과거의 나는 과거일 뿐이다. 만약에 라는 그 쓴 감정은 알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만약이라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을 순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순간. 이미 나의 선택이 끝나고 아쉬움만 가득 남은 그 순간, 그러니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산다는 것은 현재와 미래만 있는 것이니까. 과거라서 애틋하지만 과거라서 마음이 아프고 과거에 얽매이는 순간 현재의 나를 잃는다.




내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장면을 꼽아보세요.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내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일곱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일등은 단연코 20살 겨울 우리 집 차압 딱지였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 덕에 돈이 있어 모두 행복하진 않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자격도 오지 않는다는 조금 극단적인 형태의 생각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는 나의 로망이었던 결혼식 날짜 잡기 전의 지금 남편에게 받은 프러포즈이며 세 번째는 첫째가 태어난 순간이었다. 네 번째는 둘째의 임테기 순간이었는데 이것은 정말 오만 감정의 교차 순간이었다. 지금이야 예쁘디예쁜 둘째지만 그때 임테기의 두 줄은 정말 나에게 핵폭탄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다섯 번째는 퇴직이고 나머지는 아직 없다. 이렇게 내 삶이 단조로웠던 것인가. 앞으로 살아갈 동안 나타날 두 번의 순간은 행복한 장면이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의 사사로운 이익에 헐값으로
팔려 다니지 않기를 바란다.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열정페이. 이 망할 이름이 얼마나 부당한지 나는 안다. 다년간의 아르바이트와 석사 나부랭이가 되어 받는 첫 월급은 생각보다 많이 적다. 엄마 집에 얹혀살지 않으면 절대 돈은 모을 수 없고 손을 벌리지 않으면 결혼도 아이도 가질 수 없는 돈이다. 그러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세상이 참 우습기도 하고. 나의 아이에게는 물려주지 않고 싶은 단어이다. 우리나라에 최저시급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최저시급 이상 주려고 하는 곳이 잘 없다. 일의 강도와 상관없이 최저시급이다. 정말 몸이 힘든 택배나 물 배달 이런 것들은 제외하더라도 당장 아르바이트 구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모두 최저시급이다. 물가는 비싸고 임금은 싸고 돈을 벌어도 먹고사는데 급급하니 내수가 좋을 수가 없다. 다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데 최저시급으로 과장급 스펙을 바라는 회사들이 즐비하니 청년들은 휘둘릴 수밖에 없다. 나의 아이들이, 모두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소모품이 아닌 사람대우를 해주는 사회였으면 한다. 지금의 청년들이 조금은 더 대우를 받으면 좋겠다. 괜찮은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







어두운 밤, 담담하게 읽었다. 경험한 사람의 진솔한 말은 언제나 좋다.


세상은 아직 힘들고 어렵지만 버티는 모든 이들이 행복과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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