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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Jan 06. 2022

더 이상 짝사랑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은 셀 수 없지 많지만(물론 안 좋은 점도 셀 수 없지만) 꽤 괜찮은 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더 이상 짝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몇 년씩 좋아하고 기다리고, 고백 한번 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감정들 때문에 잠 못 이루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이런 감정들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해서 없어진 지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예전의 나였다면 짝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왜?'라는 물음표가 24시간 켜져 자기 성찰의 스텝을 주구 장창 밟으며 어떤 점이 싫을까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노력했을 것 같은데, "내가 싫다고? 오케이! 어쩔 수 없지. 바이 바이." 하면서 쿨하게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옛 친구들이 우연히도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 "네가 이렇게 됐다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며칠 밤을 새우면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건사고가 만들어낸 긴 터널을 지나 여기까지 왔으니 그 공도 무시할 수는 없다.


"내가 싫다고? 오케이! 어쩔 수 없지. 바이 바이." 



 

 거들먹거리며 한소리 하고 싶은 경험이라는 자아가 이 짝사랑 에너지를 애써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고 있다. '너 이렇게 회사일도 복잡한데 이런데까지 쓸 에너지가 있어? 너 지금 돌봐야 할게 한두 개가 아냐. 돈도 모아야 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고 어딜 시간 아깝게 공상이나 하고 있니?'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지. 고민하는 사이 너의 세포는 지금도 만 오천 육백오십네개가 죽었어. ' 


 이런 목소리들도 들린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아. 무슨 대단한 사랑을 한답시고 절절 메면서 안달복달하니? 맛있는 거 먹고 재밌는 거 보면서 웃고, 그게 꼭 엄청난 사랑으로 가능한 건 아니잖아? 나이 들면 다 비슷비슷해. 괜히 자신을 옥죄면서 스트레스받지 말란 말이지.'


 

크리스마스가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순간 엄습했던 두려움이 이와 같은 것일까?



  콩닥콩닥거리고 싶은 마음과 고요하게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 줄다리기를 하다 콩닥콩닥했던 마음이 기권을 선언한 듯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참 소중하고 신비로운 마법 같은 마음인데 뾰로롱 하고 어느새 꿈에서 깨고보니 눈 뜨고 일어나 일터로 나가고 잠깐씩 웃고 떠들다가 화가 나기도 했다가 다시 잠이 드는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쁘지 않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커플 매칭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하루아침에도 순식간에 마음이 바뀌고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다음날 일어나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관람 포인트이다. 식상하게 마음이 뭐 그렇게 간사한 건가 하면서도 사실을 모두 사랑받고 싶어서 그런 건데 저 짧은 시간 안에 결론을 지으려고 저들은 나름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네 라는 생각이 들자 다들 대단해 보였다.


그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은 거야.



 더 이상 짝사랑을 하지 않는 건 지쳐서도 아닌 경험이 많아서도 아닌 내가 너무 소중해져서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서 나이라는게 먹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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