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는 오후의 일도 저녁의 일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어중간한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일요일 오후 4시란, 그것도 햇빛 한점 없는 날의 이 시간은 적막하고 쓸쓸해서 자주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바깥이 어두울수록 방 안의 조명은 더 밝게 빛난다. 그런 조명을 끈 채 90년대의 영화를 보다 보면 어렴풋이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
그때는 모두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가족 모두가 나름의 자리에서, 그 적막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서로의 발바닥을 쳐다보며 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