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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Sep 01. 2020

윤희에게

'윤희에게'


‘윤희’는 감독의 어머니가 쓰시던 가명이라고 했다.


엄마는 장미희와 정윤희 배우를 참 좋아했는데 미희라는 이름은 집안에서 누가 이미 사용해 버려서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윤희라는 이름으로 동사무소에 일단 신고부터 해버렸다고, 아직도 자신의 용기와 결단력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에서 ‘윤희에게’로 시작되는 편지의 낭독이 시작되자 관자놀이가 묵직해졌다. 요즘은 인기도 없고, 한 때 유행에 휩쓸려 이런 이름을 지었냐고, 왜 좀 더 신중하지 못했냐고 투덜대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영화는 마지막에 윤희가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새롭게 출발하고자 결심하며 끝이 난다. ‘미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던 엄마가 자신의 딸이 배우처럼 예쁘게 컸으면 하는 마음에 당차게 동사무소로 향했을 발걸음도 비슷했으리라.



그리고 먼 훗날 하얀 눈밭 위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가슴이 쿵 하고 뒤돌아 보는 상상에 고마워진다.



윤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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