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 있는 작은 개울 위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절대 빠질 수 없게 촘촘하게 놓인 큰 돌덩이들을 건너면서 설마 이런 곳을 빠지겠어? 하는 조금의 의심은 돌 하나를 건널 때마다 점점 커지고 마지막 돌을 넘을 때쯤에는 서스펜스 공포영화를 다 본 것 마냥 뒷골이 서늘하다. 겨우 한숨을 돌려 뒤돌아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반대방향으로 건너갈 때면 다시 무서워진다. 다리를 건너기 전 신발끈이 풀어진다거나 호주머니에서 물건이 떨어질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신발끈과 모든 주머니의 단추를 채운다. 마음속으로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스텝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꿍 짝 짝 박자를 세며 건넌다. 중간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것. 속도를 잘못 조절하거나 스텝이 꼬이는 순간 저 진흙탕물에 빠지게 된다는 걸 명심할 것.
일정하게 계속해서 돌면서 내려가는 지하 주차장을 향해 운전을 하면서도,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를 외치면서 매직 아이가 저절로 되는 동굴을 지나면서도 이 속도와 박자를 잃지 않기를 맘속으로 되새긴다.
스텝이 꼬이는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될 거야. 결국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안도의 마음과 스텝이 꼬였었다면이라는 가정의 상상들은 삶을 조심스럽게 한다. 그리고 만약이라는 이야기는 항상 두렵게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