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찾는 것, 그런 것들에 기뻐하고 행복해하던 때가 있었다. 나와 이니셜이 같다니, 아니 어쩜 똑같은 작가를 좋아할 수가 있지? 이름 세 글자의 횟수만 같아도 소스라쳤고 오늘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입맛에 감탄하며 미래에 함께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 순간들도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더 소설 같은 진짜 현실 이야기들, 아니 누구의 전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나의 동료였다 거나 그 보다 더 나아가 무심코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속 주인공이 지금의 남편이라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말 인연이라는 게 있구나, 혹은 무섭도록 운명은 정말 정해진 것인가?라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치앙마이행 비행기 안에서였다. 약 5시간의 비행을 위해 유일하게 가지고 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틀려고 하는데 의자 사이로 보이는 앞사람의 아이패드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의 얼굴을 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차마 같은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것보다 앞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건 너무 운명 같잖아.'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까지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인연이 아니길 바랐다. 그냥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깐. 아마 그때 눈이 마주쳤다면 인연이라고 우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다섯 사람만 건너면 전 세계가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데 아주 멀리서 보면 좁디좁은 점처럼 붙어 있을 우리 존재 같은 것들이 서로 모르는 게 이상한 거지. 인연은 얼어 죽을...
겹겹이 쌓이는 신기한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우연들은 살다 보면 몇 번씩은 일어나지.'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 그래도 꼭 한 번은 온몸과 마음을 던져 우기고 싶어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신화라도 좋으니, 거짓말이라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