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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Nov 10. 2020

인연, 어쩌면 지나간 신화 같은 것...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찾는 것, 그런 것들에 기뻐하고 행복해하던 때가 있었다. 나와 이니셜이 같다니, 아니 어쩜 똑같은 작가를 좋아할 수가 있지? 이름 세 글자의 횟수만 같아도 소스라쳤고 오늘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입맛에 감탄하며 미래에 함께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 순간들도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더 소설 같은 진짜 현실 이야기들, 아니 누구의 전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나의 동료였다 거나 그 보다 더 나아가 무심코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속 주인공이 지금의 남편이라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말 인연이라는 게 있구나, 혹은 무섭도록 운명은 정말 정해진 것인가?라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치앙마이행 비행기 안에서였다. 약 5시간의 비행을 위해 유일하게 가지고 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틀려고 하는데 의자 사이로 보이는 앞사람의 아이패드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의 얼굴을 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차마 같은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것보다 앞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건 너무 운명 같잖아.'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까지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인연이 아니길 바랐다. 그냥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깐. 아마 그때 눈이 마주쳤다면 인연이라고 우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다섯 사람만 건너 세계가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데 아주 멀리서 보면 좁디좁은 점처럼 붙어 있을 우리 존재 같은 것들이 서로 모르는  이상한 거지. 인연은 얼어 죽을...



겹겹이 쌓이는 신기한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우연들은 살다 보면 몇 번씩은 일어나지.'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 그래도 꼭 한 번은 온몸과 마음을 던져 우기고 싶어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신화라도 좋으니,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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